“리재명, 역사 바꿀 위인 아냐”…김여정, 남북관계·한미연합훈련 맹비난

남북 관계와 한미 연합훈련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격화되는 양상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 화해정책을 날 선 어조로 비판하며, 남한은 북한의 외교상대가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남북 신뢰 회복을 강조한 이후 북한 고위층이 강경 입장을 표출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속히 냉각되는 모습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0일, 김여정 부부장이 전날 외무성 국장들과 협의회를 열고 “한국 정부의 기만적인 유화공세의 본질과 이중적 성격을 신랄히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김 부부장은 이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외정책 구상을 전달하며 “리재명 정권 들어 조한 관계 개선을 위한 진지한 노력이 보인다 해도, 본심은 악취 풍기는 대결”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을지국무회의에서 신뢰 회복의 필요성을 언급한 발언에도 김여정 부부장은 “그 구상은 마디마디, 조항조항이 망상이고 개꿈”이라고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이어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며, 남북 관계 회복의 결의를 이재명 대통령 혼자 다져선 불가능하다”고 강조해 북한의 호응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안규백 국방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을 이어갔다. 특히, 안규백과 조현 장관이 과거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본다’고 밝힌 점을 문제 삼으며 한국 정부의 대북 태도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문재인 정권부터 윤석열, 그리고 이재명 정부로 이어지는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결 야망은 변하지 않았다”며, “리재명은 이러한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없는 인물”이라고 못 박았다.

한미가 공동 실시 중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김여정 부부장은 “침략전쟁연습”이라 부르며, “화해의 손짓 이면에 북한 핵·미사일 능력 제거 및 확대공격을 검토한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북한 외무성에 한국을 겨냥한 국제 외교전에서도 적극 대응하라 주문하며, “한국은 우리 국가를 중심으로 한 외교 무대에서 잡역조차 차례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의 대남 강경 메시지에 대해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다자외교 무대에서 평화 의지를 표명하고 ‘북한 비핵화’ 원칙을 강화하는 것이 북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김여정 부부장의 대남정책 구상 언급을 북한이 남한을 ‘외국’으로 취급한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적대적 두 국가론’ 구도를 다시 확인한 셈이다.

한편, 북한은 합동군사훈련 기간 중 일부 야외기동훈련 연기가 발표된 것 역시 “기만술”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적대성에 있어서 변함없는 미한합동군사연습에 대응해 우리의 의지와 능력은 실천행동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대남 강경 노선을 예고했다.

이날 국회와 정치권은 북한의 일련의 강경 발언과 한미훈련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에 휩싸였다. 정부와 군 당국은 대화의 문은 열어 두되, 안보 태세에는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지는 가운데, 남북 관계가 새로운 긴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