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승룡 이름 옆 새긴 역사”…IOC, 일제 강점기 표기→올림픽 기록 바뀌다
서늘했던 베를린 올림픽 결승선, 남승룡의 한 걸음엔 결코 쉽게 지워지지 않는 시대의 무게가 남아 있었다. 1936년 동메달의 기록 속 그의 이름이, 오랜 시간 일본식 발음으로 남아야만 했던 현실. 긴 침묵 끝에 마침내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이름 곁에 역사적 배경을 함께 각인했다.
IOC는 남승룡의 올림픽 공식 방문 페이지에서 ‘NAN Shoryu’라는 일본식 명칭과 함께 ‘Nam Sung-Yong’이라는 한국식 이름을 병기했다. 무엇보다 이전까지 없던 주석을 통해 “당시 한국이 일본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일본 이름으로 기록됐다”는 설명을 더하며 판을 새롭게 바꿨다. 이는 오랫동안 손기정 등 일부 선수에게만 적용되던 관행에서 더 나아가, 남승룡을 포함한 일제 강점기 올림픽 출전 선수 전반으로 확대됐다.

남승룡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2시간 31분 42초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뒤를 이어 결승선을 통과해 조용한 함성이 된 순간이었다. 그는 1932년 조선 신궁 경기 대회에서 우승, 1933년 일본 선수권대회에서 2위, 1947년 보스턴 마라톤에서는 서윤복의 페이스 메이커로 뛰며 시대의 기록을 묵묵히 쌓았다.
지난해 대한체육회는 남승룡을 스포츠영웅에 선정했다. 무엇보다 대한체육회와 정치권이 오래도록 IOC에 일제 치하 출전 선수 기록의 한국식 정정과 역사적 서술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IOC는 1980년대에도 논의했으나 당대 조직위 자료 고수 입장을 보이더니, 이번엔 한국식 이름 병기와 역사적 맥락 명기라는 절충적 방식을 선택했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남승룡에 대한 공식 설명 추가는 지난해까지 존재하지 않았으나, 2025년 3월경 변화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된다. 나아가 1932년 LA올림픽 김은배, 권태하, 1936년 베를린올림픽 농구 이성구, 장이진, 복싱 이규환 등 일제 치하 참가 선수 전원의 IOC 기록에도 유사한 주석이 이어지고 있다.
손에 새겨 넣은 이름, 땀에 적신 시대의 무게. 남승룡의 기록이 진짜 자신으로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의 의미는 결코 짧지 않았다. 그의 이름이 담긴 IOC 스포츠영웅의 설명 변화는 2025년 8월, 새로운 공감과 책임의 메시지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