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승 드라마 속 16강 진출”…안세영, 인도네시아오픈 결연→김가은과 자존심 대결
손끝에 전해지는 긴장감 속, 안세영은 차분하게 코트를 장악했다. 싱가포르오픈 8강에서의 아쉬움을 묵묵히 이겨낸 끝에, 그는 매 순간 집중하는 눈빛과 흔들림 없는 경기력으로 관중들의 박수를 이끌었다. 한 점 한 점 주도권을 쥐었던 안세영의 태국전 승리는 승부의 여운을 깊게 남겼다.
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 월드투어 슈퍼 1000 인도네시아오픈 여자 단식 32강전에서 안세영(삼성생명·세계 1위)은 세계랭킹 12위 부사난 옹밤룽판(태국)을 2-0(21-14 21-11)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국제 대회 ‘최강자’의 위용을 과시했다.

특히 싱가포르오픈 8강에서 천위페이(중국)에게 패했던 기억을 뒤로하고, 이날은 한결 부드러운 움직임과 정확한 코스 공략, 그리고 단 한 번도 흐트러짐 없는 수비를 선보였다. 부사난은 경기 내내 안세영의 리듬을 버거워하며 고전했다.
이어 안세영은 소속팀 동료 김가은(삼성생명·25위)과 인도네시아오픈 16강에서 맞대결한다. 김가은 역시 아누파마 우파드하야(인도·44위)를 세트스코어 2-0(21-15 21-9)으로 눌렀으며, 국내 여자 단식 투톱이 다시 한 번 뜨거운 자존심 승부를 예고했다.
안세영은 “최근 아쉬운 결과를 딛고 다시 집중력을 되찾았다”며 “컨디션을 끌어올린 만큼 다음 경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팬들은 두 선수의 내전에서 어떤 명승부가 펼쳐질지 숨을 죽이고 있다.
안세영은 지난해 이 대회 결승에서 천위페이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고, 4년 만에 인도네시아오픈 정상 복귀를 노린다. 올해 초 말레이시아오픈,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 전영오픈 등에서 네 차례 우승을 차지했고, 수디르만컵 5경기 전승까지 더해 스스로 세계 최강임을 증명해 왔다.
이번 승리는 싱가포르오픈 8강 패배 이후 빠르게 회복한 자신감을 입증하는 한편, 다음 경기에서 또 한 번의 새 기록에 도전할 발판이 됐다.
인도네시아오픈 16강전은 4일 펼쳐질 예정이다. 이 경기에서 웃는 쪽은 8강에서 중국 등 강호와 맞대결이 예고된다. 잔잔히 쌓여온 시간의 땀방울이, 코트 위에서 두 한국 선수의 의미 있는 만남으로 이어지는 순간, 관중의 박수와 숨죽인 시선은 또 한 번 새로운 서사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