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비판 서적 해외 배포 추진 전면 중단”…국회, 통일부 사업 예산 전액 삭감
북한 체제 비판 서적의 해외 배포 여부를 두고 통일부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첨예하게 맞섰다. 통일부가 올해 추진하려던 ‘북한 관련 외국어 서적 재외공관 배포’ 사업 예산이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논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국회의 결정에 따라 정부의 대외 북한 인권 홍보 전략이 사실상 중단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28일 통일부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전날 예산결산소위원회 심의를 거쳐 올해 일반회계 세출예산 중 북한 관련 외국어 서적 배포 예산 2억6천만원을 전액 감액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통일부가 추진하던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의 ‘3층 서기실의 암호’(Passcode to the 3rd Floor)와 이현서 씨의 ‘7개의 이름을 가진 소녀: 탈북자의 이야기’(The Girl with Seven Names: A North Korean Defector's Story) 등 북한 인권 실상을 알리기 위한 영문 서적의 재외공관 배포 사업은 없던 일이 됐다.

감액 결정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문제제기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일부 의원들은 외국어 서적 배포 예산이 "몇몇 특정인에게 특혜가 될 수 있다"며 삭감을 요구했고, 외통위 예산소위원회에서 이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심사 과정에서 통일부 역시 이의 없이 수용 의사를 밝혀 사업 예산 삭감이 사실상 확정됐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과 실상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외교부와 협력한 사업이었으나, 이번 예산 삭감으로 집행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남북협력기금 사업비 역시 추경 재원 마련을 이유로 21.3%인 1,700억원이 줄어든 6,281억원으로 축소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남북 경제협력 중단 영향으로 ‘남북공유하천공동이용’ 등 주요 경협 예산의 집행률이 극히 저조하다"며 대폭 감액 배경을 전했다. 다만 그는 “향후 남북관계가 급진전해 삭감된 경협 사업 예산이 필요해지는 상황에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통해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는 남북관계 정책 방향과 예산 운용 권한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으며, 정치권은 향후 남북 교류 재개 여부와 관련 사업의 운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