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이야기 Y, 꽃사슴의 밤 항해”…대만꽃사슴 우도 상륙→마을 흔든 경계 없는 여정
푸른 바닷내음 가득한 진해의 항구 마을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사슴의 맑고 깊은 눈망울에 모든 의문을 실어 보내며 서서히 번져 나갔다. 김 할머니의 밭 끝에서 밤마다 이어지던 알 수 없는 흔적들은, 결국 모진 바다를 건넌 한 송이 꽃사슴의댜한 체온으로 귀결됐다. 낮에는 얼굴을 숨긴 채 어둠과 물결을 통해 다른 섬, 새로운 공간으로 이어진 이들의 이상한 행적이 마을 전체를 궁금증으로 물들였다.
이웃주민의 우연한 목격은 가장 소박한 일상에 허락된 동화와도 같았다. 닭장을 닫으러 내려온 저녁, 밭 어귀에서 먹이를 찾는 생명체와 조우한 순간, 사람의 발걸음에도 놀라지 않은 순한 꽃사슴의 모습이 밤공기에 고요히 남았다. 토종 산사슴이 아니라는 의심, 그리고 취재로 이어진 각종 출처 탐색 속에서 외래종 대만꽃사슴의 등장은 오래된 담장의 정적을깨뜨렸다. 그들은 어디서 왔으며, 또 무엇을 찾아 여기까지 온 것일까.

낚시꾼들은 조용한 밤, 바닷가 푸른 어둠 저편에서 둥둥 떠오른 사슴 한 마리와 마주했다. 불빛에 비친 실루엣은 믿기 힘든 광경이었지만, 모두가 경험한 명백한 현실이었다. 바다를 건너고, 섬을 넘는 사슴의 발걸음은 어느덧 SNS에서 ‘사슴섬’으로 불리는 소쿠리섬, 그리고 우도로 이어졌다.
익숙한 삶의 울타리 너머로 성큼 다가온 야생의 방문은 곡식과 일상을 위협하면서 또 다른 무게를 남겼다. 마을 사람들은 농작물을 지키기 위해 그물을 치고, 울타리를 높였다. 하지만 사슴은 철책조차 두려워하지 않은 채 밤의 파도를 타고 다른 섬으로 향했다. 억센 생명력으로 그려낸 사슴의 여정은 인간과 동물이 함께 꿈꿀 수 있는 땅, 그 어렴풋한 경계에 질문을 날렸다.
‘궁금한 이야기 Y’는 이번 주, 바다 건너와 또 다른 집을 꿈꾸는 대만꽃사슴의 사연과 그 섬에서 어우러진 인간과 동물의 공존에 대한 고민을 밀도 있게 담아낸다. 소쿠리섬과 우도를 잇는 물길 위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9일 금요일 밤 8시 55분에 시청자들과 만나, 경계와 공존의 해답을 다시 묻게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