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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에 피어나는 여유”…영천 여름, 도심 속 명소로 무더위 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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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에 피어나는 여유”…영천 여름, 도심 속 명소로 무더위 피신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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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천에서는 흐린 하늘 아래로 부쩍 많은 사람들이 숲과 공원, 그리고 가까운 도심 명소를 찾고 있다. 예전엔 ‘나들이는 맑은 날에만’이라는 공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무더위를 피해 흐린 날씨에 짧게 산책하는 것이 여름 일상이 됐다.

 

21일 오전, 영천의 기온은 27.4도. 습도는 83%로 등굣길부터 “덥다”는 말이 입에 맴돈다. 그래도 자외선 지수는 ‘보통’이고, 소나기가 올 수도 있어 우산만 챙기면 야외로 한 걸음 내딛기 충분하다. 지역 커뮤니티에는 “앉아만 있어도 땀이 흐르는 요즘, 산책로를 걷는 게 오히려 더 시원하다”는 경험담이 올라오기도 했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보현산 천문대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보현산 천문대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영천댐공원이다. 잔디광장과 나무그늘 아래에서 가족, 연인, 친구들끼리 돗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나눈다. 최근 한 설문에서도 “멀리 가지 않아도 근교 공원에서 보내는 시간에 더 만족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고지대 명소인 보현산천문대 역시 흐린 날 여행객의 코스다. “운이 좋으면 구름 사이로 별도 볼 수 있다”는 호기심에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어린아이들과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특별한 추억이 된다”는 부모들의 고백도 들렸다. 이곳은 맑은 공기와 탁 트인 전망이 자랑이며, 무엇보다 흐리거나 소나기가 잠깐 내려도 시원한 바람을 만끽할 수 있어 요즘같이 더운 날엔 도피처처럼 여겨진다.

 

도심 가까운 영천한의마을은 실내외 공간에서 한방체험이 가능해 갑작스러운 비바람 걱정이 덜하다. “어른들은 족욕이나 한약족욕에, 아이들은 한방 음료 만들기 체험에 빠진다”며, 가족 모두의 취향을 맞출 수 있는 코스로 손꼽힌다.

 

조용한 시간을 원하는 이에게는 은해사와 운주산 자연휴양림이 제격이다. 흐린 날 산속 산책은 햇살보다 선선하고, 바람결은 더 가볍게 어깨를 감싼다. “평일 오후에도 방문객이 부쩍 늘었다”는 운영 담당자의 말처럼, 최근에는 휴식과 치유에 초점을 맞춘 ‘가까운 나들이’가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전문가들은 여름의 흐린 날씨가 “잠시 숨 고르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의 여유를 안긴다”고 해석한다.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나무와 바람, 가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그런 순간이 오히려 깊은 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땀도 식히고, 자연도 만끽하고, 집에 들어오면 괜히 마음이 차분하다” “멀리 안 가도 내 근처가 여행지가 된다”는 공감이 이어진다.

 

사소한 동선 변화지만, 그 안엔 빠르게 변화하는 삶의 리듬이 담겨 있다. 흐린 하늘에 손을 내밀던 오늘, 가장 가까운 자연 속에서 한숨을 돌린 그 순간이 야속하게 더운 여름의 작은 위안이 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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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영천댐공원#보현산천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