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의 금빛 환호”…김원호-서승재, 세계선수권 정상→남자복식 새 역사
파리 아디다스 아레나의 응원 열기 속, 김원호와 서승재의 코트 위 움직임은 순간순간 역사를 새로 썼다. 9년 만에 세계 정상의 자리를 되찾은 두 선수의 눈빛에는 벅찬 감동과 자부심이 어려 있었다. 결승을 지켜보던 팬들은 숨죽인 채 셔틀콕의 궤도에 시선을 뗄 수 없었고,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아레나는 축하의 박수로 가득 찼다.
2025 세계배드민턴개인선수권대회 남자복식 결승전에서 김원호-서승재 조가 중국의 천보양-류이 조를 2-0(21-17 21-12)으로 제압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랭킹 1위의 품격을 입증한 경기였다. 1세트부터 공격과 수비가 완벽히 어우러졌고, 상대팀의 추격을 안정감 있게 막아냈다. 2세트에서는 날카로운 셔틀콕 스매시와 조직적인 플레이로 점수 차를 더욱 벌렸다.

단기간 내 세계 정상을 향한 이들의 질주는 시즌 내내 압권이었다. 김원호와 서승재는 올해 1월부터 호흡을 맞추며 말레이시아오픈, 전영오픈, 인도네시아오픈 등 굵직한 국제 대회에서 잇따라 우승을 차지했다. 7개월 만에 세계랭킹 1위까지 오르며, 한국 남자복식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세계에 알렸다. 무엇보다 서승재는 지난 대회에 이어 2연패를 달성하며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 남자복식이 이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여자단식에서 안세영은 준결승에서 중국의 천위페이를 상대로 아쉽게 0-2(15-21 17-21)로 패배하며 동메달을 수확했다. 안세영은 이번 대회 결과로 천위페이와의 상대 전적에서 13승 14패를 기록했다. 비록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세계 상위권 선수들과의 기량차를 다시 한 번 좁혔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한편, 혼합복식 채유정-이종민, 남자복식 김기정-김사랑 등 다른 조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선전했으나, 32강과 16강, 8강에서 분전 끝에 대회를 마쳤다. 올해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세 명의 선수만이 준결승 무대를 밟아 지난 해 세웠던 세 개의 금메달과 한 개의 동메달 기록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신구 조화와 세계 상위권 경쟁력을 재차 과시했다.
세계배드민턴개인선수권대회는 단식과 복식, 혼합복식 등 5개 종목에서 최고 기량을 겨루는 무대다. 한국 대표팀은 이 대회 종료와 함께 2일 귀국한다.
기록의 순간 위로를 건네는 건 늘 노력의 무게다. 뜨거운 겨루기의 여운을 안고 귀국길에 오르는 이들의 모습은 많은 팬들에게 오래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