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숲이 주는 한여름의 숨구멍”…양양, 무더위 속 자연 명소 찾는 사람들
요즘처럼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어서는 날이면, 시원한 바람과 나무 그늘을 찾아 떠나는 이들이 유독 많아진다. 예전엔 단순한 물놀이와 관광지로 여겨졌던 해변과 숲이, 이제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쉬는 ‘여름의 힐링 공간’이 되고 있다. 그만큼 피서를 고르는 기준도 달라졌다.
최근 강원도 양양군에는 유난히 무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3일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르고 체감온도 역시 32도 내외로 기록됐다. 흐림과 더위가 반복되는 가운데, 오후와 밤에도 27도를 웃도는 찜통이 계속된다. 도심의 후끈한 열기 탓에 바다와 숲이 가까운 양양의 피서지가 올여름 대표적인 도피처가 되는 이유다.

실제로 양양 낙산해수욕장은 동해안 특유의 청량한 바다와 넓은 백사장이 어울리고, 해풍이 아침저녁으로 후덥지근한 기운을 몰아내며 많은 피서객을 끌어들인다. SNS에는 “올해도 낙산에서 여름을 보낸다”거나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바람에 저절로 기분까지 시원해진다”는 인증 글이 쌓이고 있다.
탁 트인 해변과 달리, 산사와 공원이 주는 깊은 그늘도 사람들의 선택지다. 낙산사는 해안 절경이 어우러진 산책로와 비교적 선선한 쉼터가 마련돼 무더위 속 산책을 즐기는 나들이객이 많다. 온 가족이 쉬어갈 수 있는 남대천 생태공원은 얕은 물가와 숲길이 어린아이들에겐 작은 모험이자 시원한 놀이 공간이 된다.
숲을 타고 좀 더 깊숙이 들어가면 옹기종기 자리한 양양 송천떡마을 힐링숲길, 그리고 오색약수와 오색탄산온천도 쉼표처럼 다가온다. 특히 오색약수 일대는 차가운 약수가 흐르는 계곡과 높아진 해발 덕분에 도심에선 느끼기 힘든 신선한 공기를 온몸으로 받을 수 있다. 현지인들은 “흐린 날일수록 숲이 더 푸르고, 사람도 북적이지 않아 오히려 조용한 힐링이 된다”며 여유를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피서 트렌드에 대해 “무더위를 무작정 피하는 게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가까이 누리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해석한다. 야외 활동 시에는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한낮보다는 해가 조금 기운 시간대에 야외에 나가는 것이 건강한 피서라고 조언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한 네티즌은 “양양에만 오면 숨이 쑥 내려가는 느낌”이라 했고, 또 다른 이는 “아이와 부모 모두가 힐링되는 피서지가 바로 이런 곳”이라 말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의 리듬도, 하루의 기분까지 이곳에서는 조금씩 달라진다.
이렇게 여름의 더위 한가운데서 자연을 찾는 선택은 단지 계절을 견디는 임시방편이 아니다. 무심코 떠난 피서길에서 마음의 숨구멍을 찾는 일. 작고 사소한 변화 같지만, 그 안에서 삶의 여름이 조금씩 더 시원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