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애경 씨, 맏이의 눈물”…4남매, 상처 위에 피어난 온기→시청자 마음 흔들다

경기도 일산, 한적한 세무사 사무실과 푸성귀로 가득한 밭이 애경 씨와 4남매의 삶을 고스란히 품었다. ‘인간극장’은 삶의 무게를 묵묵히 감당한 맏이 애경 씨와, 눈물과 웃음이 교차하는 가족의 하루를 담아냈다. 모두가 각자의 짐을 지고 걸었으나, 결국 다시 서로의 온기를 찾아가는 네 남매의 이야기가 잔잔한 울림을 남겼다.

밭 이랑마다 새겨진 둘째 미경 씨의 부지런한 손, 셋째 은경 씨의 씨앗을 틔우는 시간, 늘 웃으며 걸음을 멈추지 않는 막내 대권 씨까지. 가족을 이어주는 밭은 사라지지 않는 어린 시절의 그림자를 조용히 위로했다. 대권 씨가 내뱉은 “과수원 있는 집이 제일 부러웠다”는 고백은 잠시나마 시청자의 마음을 붙드는 멈춤이었다.

제주의 기억 아래 아버지의 주폭과 어머니의 빈자리는 네 남매 인생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첫째 애경 씨는 동생들의 기둥이 되기로 선택했고, 하루하루 밭을 일구는 수고 끝에 늦은 나이에 세무사가 돼 가족의 중심을 지켰다. 무엇보다 “왕초이자 아빠 대행”이어야 했던 맏이는 우렁찬 책임감 뒤편에 잊을 수 없는 유년의 슬픔을 품었다.

그러나 지친 몸과 마음은 언제나 아물지 못한 상흔과 마주했다. 갑상샘암, 끊어진 십자인대, 그리고 어머니를 향한 애경 씨의 숨겨둔 원망이 한밤의 눈물로 터져 나왔다. 막내를 업고 뛰던 순간, 사라진 엄마를 대신한 손끝의 온기가 동생들에게 오롯이 전해졌다. 사진 한 장 없는 가족의 삶에도, 밭 위에서 커가는 채소와 반려동물, 순간순간을 나누는 형제애가 짙은 위안으로 스며들었다.

마침내 동생들은 맏이를 위한 진심을 전했다. 준비한 꽃다발과 함께 “우리집 왕빠, 제발 이기주의자로 살아줘”라는 솔직한 부탁. 어깨에 얹힌 오랜 책임감을 느슨하게 풀 수 있도록 내민 작은 용기. 타인을 위한 숙명을 품는 시간 속, 4남매는 한 번 더 서로의 기둥이 돼가는 과정을 보여줬다.

추억과 치유, 작은 희망이 깃든 하루. 네 식구가 맞이하는 아침처럼 시청자도 잠시 멈춰 가족이라는 이름을 곱씹게 하는 순간이었다. 따스한 감동과 잔잔한 파문을 안긴 KBS1 ‘인간극장’은 애경 씨의 일상과 4남매의 희망을 6월 9일 월요일 오전 7시 50분 방송으로 시청자 곁에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