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점유율 3위 추락”…현대차그룹, 시장 변화 대응 분석→경쟁력 진단
현대차그룹이 2024년 상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3위로 한 계단 내려앉는 모습이 포착됐다. 글로벌 친환경차 전환 국면에서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3년간 유지해온 2위 자리에서 물러나며 치열해진 북미 전기차 경쟁 환경과 시장의 빠른 변화를 여실히 반영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대차·기아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4만4,555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7.6%를 기록했다. 이는 테슬라(42.5%), 제너럴모터스(13.3%)에 이어 세 번째이며, 지난해 상반기 11.0%에서 3.4%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전체 미국 전기차 시장이 5.2% 성장한 것과 달리 현대차·기아 판매량은 28.0% 줄었고, 특히 기아는 53.8%라는 예외적으로 큰 감소세를 보였다. 전기차 판매량 역성장은 2021년 전동화 전략 가속화 이후 처음 나타난 변화로, 시장 내 입지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감지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의 배경으로 E-GMP 기반 아이오닉, EV 시리즈 등 초기 신모델의 참신성 약화, 후발 경쟁사의 상품성 강화, 그리고 GM과 테슬라 등 대형 업체들의 가격경쟁력과 대량판매 전략 전환 등을 주요 요인으로 지목한다. 특히 GM은 쉐보레 이쿼녹스를 앞세워 상반기 전년 대비 103.8% 성장한 7만8,167대의 전기차 실적을 기록하며 미국 시장의 판세를 크게 흔들었다는 평가다. 업계에선 현대차·기아가 현지 플릿 판매에서 개인 거래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인센티브 조정 등 정책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하이브리드차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차 전체 판매는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상반기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45.3% 급증한 13만6,180대로, 전체 친환경차 중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시장이 하이브리드 및 확장형 친환경차로 다변화하는 흐름을 고려할 때, 전기차 부문 점유율 하락이 반드시 미래 위협으로 해석되지는 않는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는 “시장 수요가 하이브리드 등 확장형 전기차로 움직이는 국면이라면, 전기차 판매 감소만으로 위기론을 단정할 수 없다”라고 진단했다. 중장기적으로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 및 다양한 친환경차 라인업을 바탕으로 북미 시장 내 입지 재정립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