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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중학생의 등굣길 비극”…마크롱 정부, 학교 흉기범죄 강경 대응→청소년 안전정책 전환 주목
국제

“프랑스 중학생의 등굣길 비극”…마크롱 정부, 학교 흉기범죄 강경 대응→청소년 안전정책 전환 주목

윤선우 기자
입력

6월의 아침 햇살이 깨어나던 프랑스 동부 노장의 한적한 골목. 등교를 서두르던 학생들 사이로 깊은 충격이 번졌다. 시간은 8시 15분, 아직은 바스락거리는 이슬이 교문 앞을 적실 무렵. 군사경찰이 가방을 하나하나 살피던 엄중한 분위기 속, 뜻밖의 참사가 번개처럼 학교 풍경을 뒤흔들었다. 14세 중학생의 손끝에서 번뜩인 흉기는, 학생들의 일상을 지키려던 교육 보조원 한 사람을 아무런 예고 없이 무너뜨렸다.

 

이 참담한 비극은 즉각 프랑스 사회 전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르몽드와 르피가로를 비롯한 현지 언론은 충격적인 정황을 전하며, 피해자가 참혹한 상처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진 상황을 세밀히 전했다. 군사경찰의 현장 검문이라는 예외적 조치마저도 비극을 막지 못한 셈이다. 체포 과정에서 군사경찰 1명이 손에 경상을 입었고, 소년은 주저하지 않고 체포됐다. 하지만 아직도 검찰 수사관들의 조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범행의 구체적 동기는 여전히 어둠 속에 남았다.

사건이 발생한 프랑스 동부 노장의 중학교 앞 / 연합뉴스
사건이 발생한 프랑스 동부 노장의 중학교 앞 / 연합뉴스

이번 사건의 여진은 단순한 학교 폭력을 넘어, 프랑스 사회 전체의 신뢰와 안전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던졌다. 최근 잇따른 청소년 흉기 사건에 프랑스 정부는 교내 가방 검사를 비롯해 보안수칙을 강화했고, 교외에도 군사경찰을 배치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비극은 그러한 수단조차 완벽하지 않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SNS 엑스(X·옛 트위터)에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하며, 정부의 ‘총력 대응’을 다짐했다.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 역시 대정부 질문에서 “이 사건은 사회적 퇴행 현상이며, 흉기가 청소년의 현실이 되고 있다”고 쓸쓸히 토로했다. 그는 학교 출입구에 보안 게이트 도입과 형사처벌 강화 등 실효적 대책 마련을 제시했다. 브뤼노 르타이오 내무장관 또한 관용의 시대는 끝났다며, 보다 단호하고 권위적인 질서 회복의 필요성을 모호하지 않게 드러냈다.

 

프랑스 정치권과 정부 핵심 인사들이 잇달아 강경한 기조를 천명하는 가운데, 청소년 범죄와 학교 안전을 둘러싼 국가적 논의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피해 학생 보호와 동시에, 미성년자의 처벌 강화가 답이 될 수 있을지 끊임없는 질문이 오간다.

 

이번 비극은 더 이상 개인의 일탈로 축소할 수 없는, 프랑스 사회 전반의 위기감을 또렷하게 드러냈다. 정부는 학교라는 울타리를 다시 신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되돌리려, 다층적인 보안 강화와 청소년 교화 정책의 근본적 전환에 착수했다. 아직 차가운 그림자가 남은 교문 앞, 한 명의 희생은 곧 수많은 경종이 돼, 프랑스 교육 현장에 묵직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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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마뉘엘마크롱#프랑수아바이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