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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흐름이 달라졌다”…KBO 피치 클록·11회 연장전 도입→3시간 벽 재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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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흐름이 달라졌다”…KBO 피치 클록·11회 연장전 도입→3시간 벽 재도전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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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에는 낯선 긴장감이 감돌았다. 투수와 타자가 머뭇거리는 사이, 전광판의 숫자가 카운트다운처럼 흘러갔다. 기다림이 짧아진 경기의 결은 팬과 선수 모두의 시간 감각을 다시 쓰게 만들었다. 변화의 중심엔 피치 클록과 연장전 11회 제도의 도입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는 8일, 올 시즌 정규리그 평균 경기 시간이 2시간 57분으로 대폭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분이나 빨라진 기록이다. 특히, 3시간 30분을 넘긴 경기는 13경기뿐이었고 2시간 30분 내에 종료된 경기도 15차례나 됐다. 관중들은 몸소 체감하는 속도감과 몰입에 환호했다.

“경기시간 13분 단축”…KBO, 피치 클록·연장전 11회→3시간 미만 도전 / 연합뉴스
“경기시간 13분 단축”…KBO, 피치 클록·연장전 11회→3시간 미만 도전 / 연합뉴스

가파른 변화의 핵심에는 피치 클록이 있다.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 20초, 주자가 있을 때 25초 안에 무조건 공을 던져야 하고, 타자 역시 33초 이내 타석 입장을 마쳐야 한다. 규정 위반 시 즉각 스트라이크나 볼 판정이 내려지는 만큼, 경기 내내 긴장의 끈이 느슨해질 틈이 없어졌다. 실제로 경기당 위반 사례는 0.4회 수준에 불과해 선수단의 현장 적응 역시 순조롭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도입된 연장전 11회 제한은 점점 늘었던 마라톤 경기의 종식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도입 효과로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 시간도 확연히 감소하며 경기 흐름이 더욱 매끄러워졌다. 득점이 적은 ‘투고타저’ 트렌드가 이어지며, 치열한 수싸움도 자연스레 경기 시간 단축에 힘을 보탰다.

 

심판 시스템의 변화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KBO가 퓨처스리그에서 시범 운영 중인 체크 스윙 비디오 판독은 103경기 중 54건 신청, 이 중 17건이 번복 결정됐다. 번복률 31.5%라는 결과는 현장 심판의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경기의 공정성과 신뢰를 제고하는 변곡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만약 지금 같은 변화를 시즌 끝까지 이어간다면, 리그의 평균 경기 시간이 27년 만에 다시 3시간 벽을 깨는 이정표로 남게 된다. 20년 만에 3시간 10분 미만 기록도 동시에 경신될 가능성에 시선이 쏠린다. 구장은 바쁜 시간을 당연하게 여기던 과거와 달리, 속도와 몰입의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달라진 시간의 무게, 한층 깊어진 관람 경험은 팬과 선수의 삶에도 오래 남는다. KBO는 다음 시즌에도 체크 스윙 판독 등 새로운 심판 시스템의 도입을 꾸준히 검토하는 한편, 선수단의 현장 적응을 위한 지원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구장의 변화와 고요한 혁신의 순간들은 경기장에서 야구를 바라보는 모든 이에게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최유진 기자
#kbo#피치클록#연장전11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