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시 90일 버틴다”…인도, 전략원유 저장시설 추가 건립에 국제 에너지 격변 전망
현지시각 기준 3일, 인도(India) 정부가 전략 원유 비축 능력 강화를 위해 새로운 저장시설 3곳 신설을 추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국제 원유 공급망의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인도가 비상시 자국 수요의 90일분을 확보하는 쪽으로 전략을 전환한 데 따른 것이다.
인도전략석유비축공사(ISPRL)의 L.R. 자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원유 공급 차질에 대비해 북서부 라자스탄주 비카네르, 남부 카르나타카주 망갈로르, 그리고 중부 마디아프라데시주 비나에 각각 신규 전략 원유 저장시설 건립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각 시설은 최대 530만톤, 175만톤 규모로 설계 중이며, 비나 지역의 정확한 수용량은 추가 논의가 이어진다. 현재 국영 컨설팅사 ‘엔지니어스인디아’가 세 곳 모두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맡고 있다.

이번 방안은 인도 정부가 기존 비축정책을 전면 점검한 결과, IEA(국제에너지기구) 회원국 수준인 90일분의 최소 비축 기준에 도달하고자 나온 확대 조치다. 앞서 인도는 망갈로르, 타밀나두주 파두르,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사카파트남 등 3곳에 533만톤의 전략 저장시설을 운영해왔으며, 최근에는 파두르와 오디샤주 찬디콜에 각각 신규 저장 시설 건설을 승인했다.
인도 정부는 세계 3위의 원유 수입·소비국이라는 점에서 외부 충격에 극도로 취약하다는 내부 경고에 따라 비축 체제 확대 논의를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 인도는 원유 수요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공급처 다변화와 함께 비상시 대응 역량 강화를 국가 전략의 핵심 기조로 제시한 상태다. ISPRL 측은 “타당성 조사 완료 후 연방정부의 승인을 거쳐 본격적인 구축 절차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에 대해 주요 에너지 시장 분석기관과 언론들은 “인도의 전략 원유 저장시설 확충이 국제 원유 시장의 균형과 가격 안정에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로이터)며 주목했다. BBC와 블룸버그는 “최근 중동 긴장,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인도의 선제적 대응이 다른 신흥국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인도의 이 같은 접근이 “글로벌 에너지 안보 네트워크에서 인도의 위상을 크게 높이고, 주요 산유국과의 협상력 강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 진단했다. 에너지 국제정치 전문가 라흐만 교수는 “IEA 최소 기준을 충족하게 되는 시점이 인도 에너지외교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의 전략 원유 비축 확대 방안이 실제로 현장에 구현될 경우, 공급망 리스크 완화와 국제 시장 안정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