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 달러 투자 단행”…아스트라제네카, 미생산 확대에 제약업계 줄잇는 대미 진출
현지시각 21일, 영국계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가 미국(USA)에서 신약 제조 및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2030년까지 총 500억 달러(약 69조 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미국 대통령의 외국산 의약품에 대한 관세 인상 움직임이 글로벌 제약업계의 대미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버지니아주에 최첨단 신약 제조시설을 신축하고, 메릴랜드·매사추세츠·캘리포니아·인디애나·텍사스 등 현지 거점에서는 연구개발(R&D) 및 세포치료제 생산 역량을 대폭 확장할 계획임을 밝혔다. 임상시험 공급망 업그레이드와 신약 개발을 위한 연속 투자 역시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대규모 투자를 통해 수만 명의 일자리가 미국에서 창출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고용 규모 등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대미 투자 확대 흐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무역적 제약 산업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는 최근 “외국산 의료제품 관세를 1년간 유예 후 인상하겠다”며, 제약사들의 현지 생산을 압박하고 있다. 실제 올해 7월 들어 로슈, 노바티스, 일라이릴리, 존슨앤드존슨, 사노피 등 글로벌 빅파마도 잇따라 미국 생산시설 확충에 나선 상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미국 현지에만 약 1만8천 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에도 35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미국은 연 6천350억 달러(약 880조 원) 규모로 세계 최대 의약품 소비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아스트라제네카의 전체 매출 중 40% 이상이 이 지역에서 발생한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미국은 수십 년간 필수 의약품의 해외 공급에 의존해 왔으나, 이번 정책 변화로 구조적 약점을 해결할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일제한 미국 투자 확장은 업계의 공급망·고용은 물론, 국제 의약품 시장의 경쟁 구조에도 큰 변화를 예고한다.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는 “트럼프의 산업정책이 글로벌 공급망 지형 자체를 재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바이오 제조 유치 경쟁이 심화될 경우, 미국 중심의 제약 공급망 집중이 심화되는 반면, 유럽·아시아의 의약품 수출업계에는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번 조치가 향후 글로벌 제약산업과 공급망 구조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