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처 공략하는 K게임”…NHN, 어비스디아로 日팬덤 문화 정조준
한국 게임사 NHN이 서브컬처 게임 강국 일본에서 현지 팬덤을 겨냥한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8월 출시된 수집형 RPG ‘어비스디아’가 일본 앱스토어 무료 게임 1위에 오르며 흥행에 시동을 걸었고, 한 달 만에 안정적인 팬덤 기반을 구축하며 K게임의 저력을 입증 중이다. 업계는 이번 성공이 일본 게임 시장 내 팬덤 중심 경쟁의 새 이정표가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어비스디아’는 NHN이 일본 시장에서 자체 서비스하는 수집형 RPG로, 출시 전날 사전 다운로드만으로도 애플 앱스토어 1위를 기록했다. 링게임즈가 개발을 맡았고, 플레이어가 미소녀 캐릭터들과 함께 미지의 공간 ‘어비스 슬릿’에 도전하는 독창적 세계관을 구축했다. 24일 NHN은 인터뷰를 통해 “4주차가 지난 시점에서도 D+1 리텐션(이용자 재접속률)이 40% 이상을 기록했다”며 “장기 흥행을 기대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NHN의 일본 공략 포인트는 ‘오시(推し, 최애)’ 팬덤 문화를 마케팅의 최전선에 내세운 것이다. 2024년 일본 캐릭터 시장 규모는 2조 7773억 엔으로 집계됐다. 게임 IP의 굿즈와 콘텐츠 소비가 주축을 이룬다. NHN은 이에 맞춰 올해 하반기부터 어비스디아 캐릭터별 OST와 오리지널 PV(프로모션 비디오)를 제작, 500만 뷰를 돌파하며 사전 팬덤을 형성했다. 또한 게임과 연계된 버튜버 ‘스카야’를 선출시해 라이브 시청자 수가 방송마다 200~1500명 선으로 성장하는 등 버튜버 마케팅에서도 현지 적응력을 높였다.
특히 이번 전략은 일본 특유의 3인칭 관찰자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NHN은 일본 이용자가 캐릭터의 성장과 성공에 공감하며 몰입한다는 점에 착안, 캐릭터와의 교감 콘텐츠 ‘같이먹기’ 시스템을 강화했다. 이용자는 게임 내에서 캐릭터의 취향에 따라 음식을 나누며 대화와 행동 반응의 변화를 경험한다. 이는 기존 1인칭 몰입형 구조가 강한 한국 게임과의 구분점으로 평가된다.
NHN은 팬덤 기반 장기 흥행 모델 ‘#콤파스’의 성공 경험도 토대로 삼았다. ‘#콤파스’는 출시 9년이 지난 2023년에도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 일본 모바일 MOBA 시장에서 2억40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NHN은 “‘어비스디아’도 콘서트, 카페 운영 등 팬덤 라이프 확장 사업으로 제2, 제3의 #콤파스 신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일본 서브컬처와 K게임의 접점 확대, 팬덤 중심 게임 마케팅이 글로벌 게임 산업의 새로운 성장 공식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한다. “게임 IP 기반의 2차 소비와 팬덤 경제가 일본을 넘어 아시아 전체 시장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어비스디아’는 12월 도쿄 AGF(애니메이트 걸즈 페스티벌) 참가 이후 내년 1분기 한국 등 글로벌 지역 출시에 들어간다. 산업계는 이번 K게임의 팬덤 마케팅 전략이 일본 현지 시장은 물론, 전 세계 서브컬처 게임 산업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