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최측근 특검 재소환”…이종호, 변호사법 위반 혐의 전면 부인
정치권 핵심 인물들을 둘러싼 주가조작과 변호사법 위반 의혹이 특검 수사에서 다시 불거졌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23일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 지목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이종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위치한 특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12시간에 걸친 조사를 마치고 귀가한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특검은 “이정필씨를 회유했나”, “삼부토건 주가조작 연루 사실 인정하나”는 취재진의 물음에도 이 전 대표는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1차 주가조작의 주 포지션을 맡았다는 의혹과 함께,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이정필씨로부터 25차례 8천여만원을 수수하고 집행유예 선고를 약속했다는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특검 수사를 받아왔다. 그러나 그는 “혐의가 사실과 다르다”, “이정필씨 진술이 허위”라며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특검팀은 지난 21일 한 차례 이 전 대표를 소환 조사한 직후 하루 만에 다시 출석을 요구했으나, 이 전 대표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 전 대표는 23일 재출석하면서도 변호인 부재를 이유로 진술에 제한을 뒀다. 그는 출석 전 연합뉴스에 “특검의 무리한 요구로 변호인 없이 출석했다”, “향후 변호인 입회하에 적극 소명할 계획”이라며 방어권 행사를 강조했다. 아울러 “이정필 진술에 반박할 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중기 특검팀의 이번 조사는 김건희 여사가 배후로 의심받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도이치모터스, 임성근·조병노 구명로비 등 다수 사안의 중간 단서로 이 전 대표 신병을 주목하면서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특히 이 전 대표에 대한 수사 강도가 높아지면서 김 여사를 직접 겨냥하는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편 특검팀은 조성옥 전 삼부토건 회장의 아들 조원일씨를 남부구치소에서 면담해, 이 전 대표가 구치소 이감 로비에 관여한 의혹의 경위와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조씨는 라임 펀드 사건 재판 과정에서 서울구치소 수감 유지를 위해 이 전 대표에게 청탁했다는 주장에 대해 특검의 조사를 받았다.
이와 함께 특검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이일준 회장, 이응근 전 대표이사 등 핵심 관계자를 이날 차례로 소환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5~6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추진을 명목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운 뒤 총 369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돼 있다. 조성옥 전 회장의 구속영장은 반려됐으나, 특검팀은 재청구 방침을 밝히는 등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더불어 도주 중인 이기훈 부회장에 대해선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정치권에서는 일련의 특검 소환과 수사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는 분수령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특검팀은 보강자료를 확보해 이종호 전 대표와 추가 연루자들에 대한 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7월말 이후 주요 관련자에 대한 소환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