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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핵잠, 중국 억제 역할 기대”…커들 미 해군총장, 한미 전략 협력 강조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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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핵추진잠수함 건조 추진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안보 질서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해군의 수장인 대릴 커들 해군참모총장은 최근 방한 일정에서 “한국 핵잠이 중국 억제에 활용될 것”이라고 발언하며, 미중 경쟁 구도 속 한미동맹의 협력 방향성이 재조명됐다.

 

커들 해군총장은 14일 서울에서 내외신 기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이 공식적으로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추진하는 것은 한미 모두에게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이 잠수함이 중국을 억제하는 데 활용되리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이 핵잠을 자국 주변 해역에서 운용하고, 미 해군과 함께 활동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라며 한미 해군 간 전략적 연계를 강조했다.

특히 커들 총장은 “미국은 동맹인 한국과 협력해 핵심 경쟁적 위협인 중국 관련 공동목표를 달성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고조되고 있는 대중 견제 움직임에 대해선 “한국도 중국에 대한 우려를 상당부분 공유하고 있으며, 이런 전략적 계산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핵잠 도입의 필요성을 직접 설명하며, 북한뿐 아니라 중국도 전략적 위협으로 언급한 점이 한미 간 신뢰 강화를 뒷받침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곧바로 “특정 국가의 잠수함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며 확전 우려를 진화했으나, 중국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한국에 공식적으로 우려를 전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커들 총장은 미국의 무기 규제와 관련, “한국 내에서 미 해군 전투함 건조를 추진하는 문제는 규제로 인해 복잡하지만 계속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법률은 미 해군 군함의 대외 건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나, 조선업 역량이 우수한 한국에서 해군 전력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임을 시사한 것이다. 커들 총장은 이번 방한 기간 중 국내 대형 조선소를 직접 찾아 인력과 설비를 점검했다.

 

한편 최근 서해와 인근 해역에서 중국의 ‘회색지대 도발’에 대한 질문엔 “이 같은 행동을 방치하면 비정상적 현상이 고착될 위험이 있다”면서 “한국과 함께 일정한 선이 넘어가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대만 해협 등 동아시아 안보 현안과 관련해선 “강대국 간 충돌 시 모든 전력이 총동원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구체적인 역할은 예단할 수 없으나 한국에도 다소간의 역할이 요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 해군력 증강 움직임에 대해 커들 총장은 “미국에 직접적 위협은 아니지만, 한국에 대한 전술적 위협은 존재한다”고 밝혔다. “규모는 작지만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전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북한이 전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권과 군사전문가들은 핵잠 추진을 둘러싼 한미 협력, 중국의 반발, 북한 변수 등이 향후 동북아 안보 환경에 중대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와 군 당국은 조선산업, 전략무기 배치 등 역내 군사 균형 재편에 따라, 관련 정책을 계속 점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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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들미해군총장#한국핵잠수함#중국억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