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6·15 기념식에 통일부장관 또 불참”…공식채널 침묵→남북공감 흔들리나
정치

“6·15 기념식에 통일부장관 또 불참”…공식채널 침묵→남북공감 흔들리나

문수빈 기자
입력

적막이 내려앉은 기념식장, 올해도 통일부장관의 빈자리가 울림을 남긴다. 통일과 평화의 상징으로 기억되는 6·15 남북공동선언 25주년, 그러나 남북관계의 바람이 거칠어진 현실은 주무부처의 불참으로 드러났다. 통일부 김영호 장관과 김수경 차관은 12일 서울에서 열리는 6·15 남북정상회담 25주년 기념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주최인 김대중평화센터는 해마다 통일부에 초청장을 전달해왔으나, 올해 역시 답변조차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행사 준비 측은 초대장을 보내도 답이 없는 현실에 익숙해졌다면서, 분위기의 미묘한 경색을 전한다. 반면 통일부 측은 공식 초청 절차가 아니라 단순 안내문만 받았다는 입장이다. 직접적인 연락이나 명확한 요청 없이 안내문의 형식만 전달됐기에, 공식 초청으로 간주하지 않았으며 자연스레 참석 여부 역시 검토하지 않았다. 행사에는 통일부 실무진 차원의 참석이 검토되고 있어, 과거와 달리 수장의 존재감이 행사장에 미치지 못함을 방증한다.

6·15 기념식에 통일부장관 또 불참
6·15 기념식에 통일부장관 또 불참

진보정부 시절에는 통일부장관의 단골 행보였던 6·15 기념식. 보수정부에서도 일괄적으로 배제된 행사가 아니었으나, 현 정부 들어 기류가 분명히 달라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에는 권영세 당시 장관이 직접 기념식 무대에 올라 축사를 전했지만, 지난해부터는 차관급 참석도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역시 영상 축사나 통일부 공식 메시지가 사라진 행사다.

 

분단을 넘는 상징적 선언이었던 6·15 공동선언의 25주년 행사에는 우원식 국회의장,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 등이 이름을 올려, 과거 남북 화해의 추억을 환기시킬 예정이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해부터 6·15 선언에 대한 공식 언급조차 하지 않고 침묵을 택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연말 “남북관계는 더 이상 동족이 아닌 적대적 국가관계”라고 밝히며 통일과 동질성 기념물, 제도, 상징까지 제거해나가는 흐름이다.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함께 서명했던 공동선언의 명징함은 양쪽 모두에서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이번 기념식은 ‘6·15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의 길’을 의제로 열린다. 그러나 정부의 공식적 거리두기, 북한의 완전한 메시지 차단이 겹치며 남북 시민사회와 정치권에 숙연한 파문을 남긴다. 정부는 당분간 공식선 상의 직접적 이벤트에는 제한적 대응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수빈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통일부#6·15공동선언#김대중평화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