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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D, 치매 위험 여성집단 다르다”…대규모 연구로 조건 규명
IT/바이오

“비타민D, 치매 위험 여성집단 다르다”…대규모 연구로 조건 규명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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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D 결핍의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이 노년기 여성 중 특정 유전자형을 가진 집단에서만 뚜렷하게 확인됐다는 대규모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업계는 성별과 유전자 정보에 따른 맞춤형 치매 예방 관리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연구팀은 10년간 1547명의 노인을 추적하면서, 비타민D 혈중 농도와 인지 기능 저하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별 성별과 APOE ε4 유전자형(알츠하이머병 고위험 인자) 여부를 함께 고려했다.

 

비타민D는 칼슘과 인 흡수를 돕는 기본 영양소이자, 신경세포 보호와 염증 조절 기능을 갖춘 물질로 최근 뇌 건강 관리의 주요 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 교수팀의 연구는 비타민D의 인지 기능 저하 영향이 모든 인구 집단에 동일하지 않다는 점을 동반 밝혀냈다. 연구 결과 남성 집단에서는 비타민D 부족이 인지 저하 속도에 차이를 만들지 않았으며, 여성 중에서도 알츠하이머병 위험 유전자인 APOE ε4를 가진 사람 역시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국내외 알츠하이머병 연구에서 APOE ε4 유전자형 보유자의 비중이 여성 약 15%라는 점을 감안하면, 남성과 이 여성들만으로도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에서 비타민D 부족이 인지 기능 저하의 독립적 위험 인자 역할을 하지 않는 셈이다.

반면, APOE ε4 유전자형이 없는 여성에게서는 비타민D 수치가 낮을수록 연평균 약 0.14점(30점 만점 기준)씩 인지 기능 점수가 빠르게 감소하는 등, 결핍의 영향이 유의미하게 컸다. 기존에는 APOE ε4 보유 자체가 치매 위험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여겨져 왔지만, 이번 연구 결과 비보유 여성의 경우 오히려 비타민D 결핍 관리가 치매 예방에서 더 중요한 인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해졌다.

 

이 같은 대규모 장기적 전향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로, 간단한 유전자형 검사와 성별에 따라 치매 위험 요인의 작동 조건이 구체적으로 구분됐다는 점이 국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유럽에서도 APOE 유전자형에 따른 치매 예측 연구가 활발하지만, 비타민D와의 상호 작용까지 임상적으로 입증한 사례는 이번이 최초에 가깝다.

 

연구팀은 실제 임상 적용 시, 치매 예방을 위해 모든 고령층에 일괄적으로 비타민D 보충제를 권고하기보다는, 성별과 APOE ε4 보유 여부에 따라 맞춤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외 정책 당국 또한 앞으로 치매 예방 건보·복지 정책을 설계할 때, 유전 정보 기반의 선별·관리 도입을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김기웅 교수는 “비타민D 결핍의 인지 저하 영향은 유전자와 성별에 따라 크게 다르므로, 모두가 무작정 영양제 복용에 나설 필요는 없다”며 “APOE ε4를 갖지 않은 여성을 중심으로 적극적 비타민D 모니터링이 뇌 건강 관리의 핵심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계는 이러한 빅데이터 기반 맞춤형 예방 관리가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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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비타민d#apoeε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