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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바다와 고즈넉한 성곽”…서해 보령, 걷는 여행의 깊은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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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바다와 고즈넉한 성곽”…서해 보령, 걷는 여행의 깊은 여운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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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서해 바닷가를 찾는 발길이 많아진다. 예전에는 ‘휴가철 바닷가’에 머물렀던 여행의 목적이, 이젠 조용히 걷고 머무는 계절의 일상으로 바뀌고 있다.

 

보령은 그중에서도 산책과 풍경, 그리고 미식까지 품은 곳이다. 남포면 죽도에 자리한 상화원에서는 붉고 푸른 한정 없는 초목과 전통 정원이 어우러진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 이들은 저마다 다른 표정의 바람과 햇살을 만난다. 한가롭게 앉아 바다를 건너는 갈매기를 바라보며, 천천히 지나온 계절과 마음을 떠올리기도 한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보령 충청수영성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보령 충청수영성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충남 지역 해안 산책로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고, SNS에는 정원과 성곽, 한적한 항구를 배경으로 한 ‘걷기 인증’ 사진이 이어진다. 한국관광공사의 발표에 따르면 올 가을 서해안 여행 후기를 올린 이용자가 전년 대비 1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슬로우 트립’이라 부른다. 여행 칼럼니스트 김현수는 “보령처럼 풍경과 시간이 조용한 곳에서는 소박한 감정을 더 진하게 느끼게 된다”며 “걷는 여행은 스스로 일상을 견고하게 다지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대천항에서 먹은 회의 신선함을 잊을 수 없다”, “충청수영성 둘레길을 걷다 보니, 도시에서 쌓인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라는 감상이 이어진다. 소성리의 옛 성곽을 둘러보고 어판장에서 우럭이나 도미 한 점에 맥주 한 잔 기울이던 누구에게나 ‘나만의 여행’이 될 만한 여유도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걷고 맛보고 바라보는 일상의 변화는 우리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서해 바다는 오늘도 차분히, 여행자들에게 쉼과 온기를 건넨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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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죽도상화원#대천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