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르 탁시부루스, 붉은 땅과 검은 금”…걸어서 세계속으로, 낯선 삶 안 녹아든 온기→길 위의 깊어진 질문
새벽 붉은 대지 위를 달리는 탁시부루스의 창 너머 교차하는 시선, 걸어서 세계속으로 898회는 인도양 푸른 바다와 마다가스카르의 붉은 흙, 그리고 그 사이를 누비는 사람들과 함께 시작됐다. 북부를 따라 이어지는 대중교통 탁시부루스는 빼곡한 좌석 너머 낯선 이웃과 곁에 앉은 동행의 숨결을 전한다. 모르는 이들과 말끝을 나누는 여정, 시간의 굴곡이 깊이 배인 이 섬의 하루들이 스며든다.
마다가스카르의 여행은 이동 그 자체로 축제가 된다. 좌석에 빼곡히 앉은 승객들은 흘끗 마주치는 작은 미소 속에서 공동체의 정의와 온기를 배운다. 차 안의 대화와 풍경은 곧 누구나 이곳의 일부가 되는 마법처럼 흐른다. 특히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항구 도시 안치라나나로 향하는 긴 길, 도로를 따라 펼쳐진 생경한 풍경은 보는 이의 마음을 서서히 흔든다.

자연의 신비로움도 깊게 다가온다. 암페페 지역의 간헐천에서는 땅속 깊은 힘이 물을 붉고 주황빛으로 분수처럼 뿜어 올린다. 이 미네랄 가득한 물줄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에 대한 경외와 과학 너머의 신념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간헐천 주변, 신비의 안개가 피어오르는 순간 현지인들은 이곳에서 치유와 기원의 의식을 조용히 이어간다.
섬의 시간에는 의미 있는 축제도 깃들어 있다. 6월 26일, 마다가스카르의 독립기념일이 되면 전국의 이웃, 학생, 군인이 모여 국기를 높이 들고 퍼레이드와 전통 공연을 펼친다. 거리마다 번지는 환호와 평화의 메시지는 식민의 굴레를 끊고 세운 자부심, 그리고 한 마음으로 묶인 섬 사람들의 단결을 담아낸다.
북쪽 바람은 바닐라 농장을 살포시 어루만진다. ‘검은 금’이라 불리는 세계 최고의 바닐라는 마다가스카르 북부에서 자란다. 수확의 계절이 오면 농부들은 익은 바닐라 꼬투리를 곱게 건조장에 메단다. 골목마다 은은히 흐르는 향기로 삶의 순간들이 켜진다. 가족의 손길이 스친 바닐라에는 소박한 생계와 세상과 연결된 꿈이 함께 곁들여진다.
이러한 모든 만남과 경계가 흐려지는 길 위에서 여행자는 질문을 떠올린다. 사람과 자연, 그리고 시간이 빚어낸 풍경은 낯설면서도 따스하게 다가온다. 걸어서 세계속으로의 카메라는 조용히 이 마다가스카르의 숨결을 좇으며, 섬의 바람과 역사가 되살아나는 순간을 담았다.
마다가스카르 북부의 탁시부루스, 붉은 대지, 검은 금 바닐라, 그리고 사람들. 낯선 땅, 낯선 사람, 그러나 그 안에서 만나는 익숙한 온기와 스미는 사연의 결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898회 마다가스카르 탁시부루스 여정은 7월 26일 토요일 오전 9시 40분, KBS 1TV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