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과 핵심이익 언급”…시진핑, 이재명과 회담서 韓·美 밀착 경계 의도 드러내
한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모순’과 ‘핵심이익’을 언급하며 한미동맹의 전략적 밀착에 대한 견제 의도를 내비쳤다. 양국 협력 강화라는 기존 기조와 달리, 잠재적 이견과 갈등 요소가 이례적으로 수면 위에 올랐다.
2025년 11월 1일 경주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한 양국은 이사 갈 수 없는 중요하고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라며 양국관계의 안정적 발전 의지를 밝혔다. 이어 자유무역협정 2단계 협상, 인공지능과 바이오제약, 녹색산업 등 실무분야 협력 강화를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그럼에도 시 주석의 발언은 정무적 무게감이 실렸다. 그는 “차이점 속에서 공통점을 찾고 협력과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며 “각자의 사회제도와 발전 경로를 존중하고 서로의 핵심 이익과 주요 관심사를 배려해야 한다. 우호적 협의를 통해 모순과 의견 차이를 적절히 잘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모순’이라는 용어의 등장은 특히 주목됐다. 중국이 상대국과 갈등 혹은 대립 소지가 있을 때 주로 사용하는 표현으로, 한중 정상회담에서 드물게 등장했다. 공식 발표에서 ‘모순’이 언급된 전례는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회담이 대표적이다.
최근 한국이 미국의 승인을 받아 핵추진 잠수함 도입 계획을 공식화한 것을 놓고, 중국 입장에서는 한미동맹의 군사·안보 협력 강화 흐름이 심상치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월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한과 중국의 잠수함 추적 필요성을 거론하며 핵잠수함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다음날 승인했다. 한국 대통령실은 “특정 국가를 지칭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나, 중국 고위 외교라인은 지역 전략 구도 변화와 관련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양상이다.
이와 함께 시진핑 주석은 혐중 정서 확산 등 최근 한국 내 민심 동요에도 간접 반응을 내놓았다. 그는 “여론과 민의에 대한 인도를 강화하고, 긍정적 메시지를 확산하며, 부정적 동향을 억제해야 한다”며 감정적 갈등 완화와 민간 교류 증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상회담 후 국내 정치권과 외교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이례적 언급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미동맹이 한중관계에 미칠 파장과, 중국의 전략적 경계 강화 기조가 동북아 외교 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전망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여야 정당은 “동맹과 협력,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현실론과 “자주적 균형외교 모색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맞섰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한중 양국은 긴장과 유화적 협력 신호를 동시에 드러냈다. 정부는 향후 한중관계 탈피 및 민간 교류 활성화, 안보 사안에 있어서는 미중 양국과의 균형적 외교 해법을 병행 검토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