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청소년 비만 치료 혁신”…위고비, 국내 유병률 변화 예고

문경원 기자
입력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기반 비만치료제인 위고비(Wegovy)가 국내에서 12세 이상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용 허가를 받으면서, 청소년 비만 치료 시장에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최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재현 교수는 “위고비의 등장으로 국내 청소년 비만 치료에 획기적 변곡점이 마련됐다”며 “향후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 감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허가가 ‘미래 세대 건강관리 패러다임 전환’의 기점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노보 노디스크의 주 1회 투여 GLP-1 치료제 위고비가 기존 성인 비만뿐 아니라 국내 12세 이상 청소년 치료에도 정식 승인됐다. 위고비는 기존 비만 치료제 대비 높은 체중 감량 효과와 복약 편의성을 강점으로 부각한다. 비만이 성인만의 문제가 아닌 가운데,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국내 소아청소년 비만율은 2014년 10%에서 2023년 13.8%로 10년 새 1.4배 급증했다. 대사합병증과 정서적 문제 등 복합적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위고비처럼 청소년에 특화된 치료제 등장에 관심이 쏠린다.

위고비의 작용원리는 식욕 조절 및 인슐린 분비 등을 관여하는 GLP-1 수용체를 자극, 에너지 섭취 감소와 대사 개선을 동시에 유도하는 데 있다. 기존에 청소년 비만 치료는 생활습관 교정(식이·운동)에 한정됐으나, 실제 감량 폭이 제한적이었다. 위고비는 대규모 임상(STEP TEENS)에서 1년간 평균 18% BMI(체질량지수) 감소를 입증했는데, 이는 기존 치료제·관리법보다 2~3배 이상 높은 수치다. 기존 개선제로 알려진 삭센다가 5~10% 감량 효과에 머물던 것도 주목할 만한 차이다.

 

실제 적용 사례에서도 위고비 투여 청소년은 체중 감소 외 허리둘레, 혈당 및 지질 등 주요 대사 지표가 유의하게 개선됐다. 반면 위약군은 별다른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체중이 소폭 증가하는 결과를 보였다. 단, 위고비 투여군의 소화기계 이상반응 발생률이 높았으나, 전체 참가자의 약 90%가 임상 종료까지 치료를 지속하는 등 내약성도 비교적 양호했다. 성장지표나 2차 성징 등 발달 영향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에서는 이미 비만 치료제 확대로 성인 비만율 하락 조짐까지 관측되고 있다. 전문가 집단은 “청소년 비만 역시 약물 중심의 적극 치료로 집단 수준의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 반면, 위고비를 포함한 GLP-1 계열 약물이 오남용되거나 잘못된 기대감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깊다. 김 교수는 “생활습관 개선 없는 약물 의존은 경계해야 하며, 고위험군·중증 비만 청소년에 엄격히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료제 접근성을 가르는 보험급여 기준 역시 중요한 쟁점이다. 국내에서는 체중 60㎏ 이상, BMI 30㎏/㎡ 이상의 12~18세 청소년 중 비만 진단 환자만 처방이 가능하고, 합병증 동반 중증 비만임에도 기준 미달로 치료받지 못하는 사례가 존재한다. 김 교수는 “현실적으로 최소한 중증 비만 소아·청소년에 건보 급여가 필요하다”며 “의료 현장과 사회적 약자를 반영한 보장성 확대가 절실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업계에서는 위고비 등장으로 실질적 ‘질병 인정’과 보험급여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정부와 의료계가 소아·청소년 비만을 임상 관리·예방 대상 질환으로 분류하고, 관련 검사·상담까지 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국내의 급격한 청소년 만성질환화 흐름에 대응하려면, 치료 노력과 예방 인프라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는 점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산업계는 위고비와 같은 신기술이 실제 임상 효과를 확대하고, 보험·제도 기반이 뒷받침될 때 청소년 비만 치료 시장이 구조적으로 바뀔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 발전과 정책 보완이 맞물린 새로운 건강관리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을지, 향후 지속적인 성과 데이터와 제도 변화가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문경원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위고비#청소년비만#gl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