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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 뜨거운 햇살, 밤엔 찬란한 더위”…서울 도심에 연이은 폭염, 일상 리듬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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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 뜨거운 햇살, 밤엔 찬란한 더위”…서울 도심에 연이은 폭염, 일상 리듬이 달라진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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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거리엔 이른 아침부터 푸른빛이 번진다. 짧은 그늘도, 지나가는 차도 모두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로 뒤덮인다. 예전엔 한여름의 열기가 반가운 방학이나 휴가의 신호였다면, 이제는 일상 깊은 곳까지 더위가 파고들며 ‘폭염 대비’가 생활의 필수가 됐다.

 

이번 주 서울은 9일부터 13일까지 단 한 차례 비도 없이 연일 맑고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다. 기상청은 서울 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오르는 불볕더위가 예고됐다고 밝혔다. 특히 9일에는 아침 최저가 27도, 낮에는 36도까지 치솟고 습도는 높지 않아 하늘은 화창하지만, 체감 온도는 실제 기온보다 더 높아 온열질환에 주의가 요구된다. 주중 내내 30도 이상의 폭염이 이어져, 12일 토요일과 13일 일요일도 각각 34도, 33도의 ‘찜통 더위’가 예상된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7~8월 폭염 기간 중 온열질환자 수가 평소의 3배 이상 늘었다. 출근길 택시는 물론, 마트나 카페 등 실내 공간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찾아 모인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어린아이 손을 잡은 부모들은 여유로운 산책보다 짧고 그늘진 길을 택한다. SNS에선 “집밖 한 걸음이 두렵다”, “더위가 사라질 때까지 바깥 일정은 없다”는 체감 후기가 이어진다.

 

서울의 한 내과 전문의는 “폭염이 길어질수록 갈증과 두통, 어지럼증 등 만성적인 온열질환 위험이 커진다”며 “특히 노약자와 어린이는 주변에서 수시로 건강상태를 살피고, 햇살이 강한 낮 시간에는 외출을 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물과 전해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얇은 옷과 챙이 넓은 모자로 자외선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밤에도 선풍기를 끄지 못하겠다”, “이렇게 더우면 차라리 겨울이 낫겠다”는 목소리부터 “올해는 에어컨 효자”라며 웃픈 공감이 이어진다. 동네 커뮤니티에선 실외활동 대신, 방구석 피크닉이나 집 앞 그늘 아래서 보내는 느긋한 오후가 하나의 ‘여름 루틴’이 됐다.

 

작고 사소한 선택들이 이번 주 일상의 온도를 바꾼다. 무심코 건넨 시원한 물 한잔, 우산 대신 챙긴 양산, 예정보다 조금 더 일찍 귀가하는 저녁의 풍경. 폭염은 고통이지만, 동시에 나와 가족을 지키는 새로운 리듬이기도 하다.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또 한 번, 내 몸과 마음을 돌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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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폭염#기상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