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인물 잇따라 도피·출석 불응”…김건희 특검, 수사 일정 ‘빨간불’
정치권 갈등의 한가운데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과 주요 수사 대상자 간 대치가 격화되고 있다. 일명 '집사' 김예성씨의 해외도피, 삼부토건 주가조작 '실세' 이기훈 부회장의 도주 등 핵심 인사들의 출석 불응과 동시다발적인 수사 비협조가 이어지면서 특검팀의 수사 일정 전반에 심각한 차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검팀은 7월 21일 김예성씨의 '집사 게이트' 관련 수사 일환으로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의 소환 조사를 예정했으나, 조 부회장이 예고된 시간인 오전 10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조사가 무산됐다. 특검팀은 "조 부회장 측이 해외 출장 일정을 이유로 22일로 조사 일정을 변경하기로 했다가, 현재까지 명확한 귀국 및 출석 일자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HS효성 측은 “조 부회장이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경제인 행사 준비로 일정 조정이 불가피했으며, 향후 조사에 성실히 임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예정대로 오전 10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은 김예성씨가 설립에 관여한 IMS모빌리티에 카카오모빌리티 및 H송효성 계열사들이 투자하게 된 경위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집사 게이트’는 IMS모빌리티가 2023년 사모펀드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를 통해 카카오모빌리티 등에서 총 184억원을 유치하고, 이 중 46억원을 김예성씨가 챙겼다는 의혹이다. 당시 이 회사는 부채 1천414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였던 만큼, 특검팀은 김씨와 김건희 여사 간 관계를 의식한 '보험성' 혹은 대가성 자금이 아니냐는 시각을 두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반면, 특검팀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 일가 재정 흐름을 잘 알고 있는 인물로 꼽히는 김예성씨는 4월 베트남 출국 이후 잠적, 현재 적색수배 상태로 제3국 이동설이 돌고 있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그림자 실세’ 이기훈 부회장 역시 지난 1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지 않고 도주해, 군·경 합동소재 파악 작업까지 가동됐다.
여기에 ‘건진법사 청탁’ 의혹의 핵심인사로 특정된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도 20일 소환 통보를 받고 심리 불안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출석 연기를 통보했다. 특검은 “윤씨 측에서 별도 협의 없이 연기 신청서를 제출했다”며, “원칙대로 출석 불응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씨조차 개인 사정을 들어 조사에 불응, 대신 류긍선 대표가 출석하는 등 주요 인사 불출석이 빈발하는 양상이다. 이처럼 차질이 연속되자, 최장 150일로 한정된 김건희특검팀 첫 수사의 물리적 타임라인 장악력에도 비상이 걸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검팀은 출석을 거부하는 조현상 부회장, 윤모씨 등에 대해 추가 소환 통보를 이어가는 한편, 지속적 비협조시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수단 동원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특검 수사 성패와 직결된 핵심 인물 출석 진척 여부가 향후 정국 변수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날 특검팀은 주요 인사 다수가 도주·불출석으로 버티기에 나선 정국에서, 수사 동력 유지와 ‘강제수사’ 카드 사이에서 치열한 고민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정치권 역시 김건희 여사 특검을 둘러싼 대치 전선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새로운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