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형, 지문 닳은 천억 전설”…이웃집 백만장자 기부 결말→침묵 속 울림
한여름 햇살처럼 따사로웠던 오후, 임순형의 손끝엔 삶의 흔적이 깊게 새겨졌다. ‘돈을 세다 지문이 닳았다’는 회한 가득한 고백 뒤에는 부드러운 온기와 근면의 자취가 잔잔하게 깃들었다. 육중한 천억 원의 여정은 숫자로만 남지 않았다. 임순형이 터득한 돈의 무게는 단순한 성공이 아닌 삶의 습관과 묵묵한 결단, 그리고 시대를 넘어선 철학의 기록이었다.
EBS와 E채널을 통해 방송된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에서는 임순형, 대한민국 요식업의 살아 있는 전설로 손꼽히는 그의 역정이 펼쳐졌다. 1990년대, 통오리구이 집을 시작하며 하루 한두 마리 닭을 팔던 그는 우연처럼 찾아온 신문 칼럼 한 줄로 인파에 휩싸이는 전환점을 맞았다. 백파 홍성유의 한 마디가 거대한 변화를 이뤄냈고, 임순형은 직접 개발한 ‘우유 밀전병과 오리고기’ 조합으로 손님들을 단번에 매료시켰다. 서장훈 또한 “유명한 셰프들도 요식업으로 천억을 벌 기는 결코 쉽지 않다”며 진심 어린 감탄을 전했다.

사업적 감각은 이미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다. 토끼와 염소를 키워 얻은 수익을 곧장 불리고, 초등학생 시절 만 원, 지금 가치로 50만 원에 달하는 돈을 직접 벌어들였다. 체득한 마진의 원리, 손에 밴 계산은 성인이 돼 5천 평 한옥 대궐을 짓는 대담함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임순형은 “장사하는 사람이 본전 찾으려 한다면 미친 짓”이라는 소탈한 반전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돈은 내 호의호식이 아니라 사회에 쓰라고 하늘이 준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외형의 화려함 뒤엔 일상의 검소함이 놓여 있었다. 30년 된 아파트에서 매일 5만 원 용돈만을 쓰고, 국산 차만 고집하며 욕심 없는 삶을 살아간다. 자신의 성취보다 더 큰 관심은 곧 사회와 역사였다. 임순형은 식당 마당 한복판에 실물 크기의 광개토대왕릉비를 복원해 세웠고, 해마다 추모제를 열며 민족의 기상을 마음에 새겼다. “광개토대왕의 정신을 잇고 싶었다”는 이유였다.
가장 진중했던 순간은 삶의 결실에 대한 질문에서 피어났다. 서장훈이 임순형에게 앞으로의 재산 운용을 물었을 때, 그는 망설임 없이 “광개토대왕 장학재단을 만들어 어려운 학생을 돕고 싶다”고 밝혔다. 쌓아온 시간만큼 무거운 고민도 있었으나, 재산의 용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를 향해 열려 있었다.
임순형의 길 위엔 화려함 대신 의미의 울림이 남았다. 토끼장에서 시작된 손끝의 땀, 매순간 더 나은 내일을 향한 고민, 그리고 나눔으로 완성되는 마지막 선택까지. 그 내면의 파장은 시청자 마음에도 깊은 감동을 전한다. 매주 수요일 밤 9시 55분, EBS와 E채널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에서 임순형이 전하는 근검절약과 나눔의 이야기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