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망 화재로 장기이식 차질”…국정자원관리원 사고 파장에 의료계 비상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에서 발생한 전산실 화재가 보건의료 시스템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사고로 장기·조직·혈액 기증 매칭, 화장 절차 예약 등 주요 국가 공공보건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마비된 가운데, 대형병원 응급실 및 일상 진료 서비스 등 필수 분야는 정상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하지만 뇌사자 발생 등 응급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관련 이식 및 환자 정보 연계가 즉각 온라인으로 이뤄지지 못할 수 있어 의료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는 이번 사태를 ‘국가 건강정보 인프라 안전성’ 논의의 분기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지난 26일 대전 소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센터 화재 이후 복지로,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장기조직혈액통합관리시스템 등 핵심 보건복지부 산하 온라인 서비스 다수가 접속 제한 사태를 겪고 있다. 응급실이나 외래 진료는 서버 마비와 무관하게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으나, 뇌사 이식 진행이나 장기 기증자-수혜자 매칭 같은 절차에서는 온라인 시스템 장애로 혼란이 우려된다. 현재까지는 뇌사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장기조직혈액통합관리원의 비상 매뉴얼에 따라 의료기관 및 국립센터 간 유선, 이메일 등 오프라인 소통 채널을 통해 위기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장기조직혈액통합관리시스템은 국내에서 장기, 조직, 혈액 기증 및 이식 관련자 정보를 통합 관리해 온라인 매칭을 지원하는 공공 플랫폼이다. 이번 마비로 이식 대기자와 기증자 연계가 지연될 수 있으며, 매뉴얼 방식 전환에 따라 오퍼레이션 효율도 떨어진 상황이다. 반면, 응급의료 관련 서버는 별도 센터에서 운영돼 화재의 직접적 영향을 받지 않았다. 수도권 상급 종합병원 관계자는 “현장 혼란은 아직 없지만, 위급상황 발생시 유선·수기 절차로 한계가 따른다”고 언급했다.
현재 대부분의 병원들은 환자 전원, 진료정보 교류 등 전산 시스템 마비를 전화, 팩스, CD 복사 등 수기 임시방편으로 넘기고 있다. 연명의료정보시스템도 먹통이 된 영향으로 사전연명의향서나 계획서 작성 등은 현장에서 직접 문서 작성 후 기록 보관으로 대체 중이다. 전국 화장시설 온라인 예약 시스템 또한 차단돼 일부 유족들은 현장 대기나 전화 신청 방식으로 절차를 밟고 있다.
약물 알레르기 점검, 전자증명서 발급 등 의료정보 데이터와 관련된 서비스도 당분간 오프라인 확인이나 보호자·환자 대상 문진으로 대응이 불가피하다. 다만 진료 자체의 지연이나 의료공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글로벌 주요국 역시 의료정보 온라인 시스템 의존도가 높아 사이버 공격, 재해 발생 시 빠른 백업 및 배분체계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유럽 선진국들은 국가 보건 데이터센터의 이중화, 분산백업, 실시간 복구 훈련 등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의료 인프라의 전산망 이원화, 비상시 매뉴얼 고도화 필요성이 정책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뇌사 이식 등 시간에 민감한 의료 결정이 요구될 경우 비상매뉴얼만으로 한계가 있다”며 “정보기술과 의료서비스의 심층적 통합 안전성이 국가 보건체계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이번 사고가 단기 복구 이후에도 보건·의료 데이터 시스템의 안전성 강화 과제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