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비만 ‘필수 치료제’ 급여화 시급”…전문가들, 국가 비만관리 전환 요구
비만 치료제 접근성 문제가 국내 비만 관리 체계의 구조적 한계로 떠오르고 있다. 고도비만 등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이 실질적으로 고가의 신약을 이용하기 어려운 현실이 이어지는 가운데, 비만을 국가 차원의 적극적 개입이 요구되는 질병으로 재정의하자는 전문가 제언이 힘을 받고 있다. 업계는 이번 전문가 집담회를 “국가 비만관리 정책 전환의 분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는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 ‘ICOMES 2025’ 정책세션에서 비만 치료제의 단계적 건강보험 적용과 종합적 비만 법률 제정 논의를 이끌었다. 이번 행사는 4~6일간 진행되며, 정책 세션에서는 건강보험 미적용으로 실질적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고도비만 환자, 수술 필요군의 현실이 집중 조명됐다. “고가 비만 치료제조차 경제적 부담 탓에 실제 필요한 환자들이 접근하지 못한다”는 현장 의견이 제기됐다.

비만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문제는 이미 미국, 유럽, 일본 등 여러 국가들이 정책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분야다. 대한비만학회는 암관리법, 심뇌혈관질환관리법에 준하는 ‘비만관리법’ 제정과 전문가 단체-보건당국 공동의 장기 종합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남가은 보험법제이사는 “비만은 생리적 적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만성질환이자 건강불평등의 원인”이라며, 사회·국가 차원의 지원정책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영성 회장은 “비만 치료를 제때 시행하면 각종 동반질환 예방은 물론 장기적으로 의료비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학회가 발표한 ‘2025 비만 팩트시트’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성인 비만 유병률은 38.4%, 복부비만은 24.3%로 나타났으나, 남성은 각각 49.8%, 31.3%로 집계돼 최근 3년간 현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20~40대 남성의 비만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점은 한국형 비만 패러다임 전환의 근거로 제시됐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비만 신약의 개발과 건강보험 급여화 논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고도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GLP-1 유사체 등의 신약을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에 포함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고가 비만 치료제의 접근성이 취약하고, 법적·정책적 관리 체계도 미비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국내 정책 당국도 치료제 급여화, 비만질환 인식 전환, 개인정보 보호 등 도입 방안을 검토 중이며, 관련 법률 신설 움직임도 관측된다. 한경도 빅데이터이사는 “전체 유병률은 정체돼 있지만 남성·청년층의 비만이 빠르게 확산된다”며, 종합적 국가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비만은 이제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개입해야 할 만성질환”이라며, 단계적 건강보험 적용과 맞춤형 정책 설계가 산업 및 의료 환경의 구조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계는 이번 논의가 실제 정책 및 시장에 반영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