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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도축장서 수묵 조각 앞 숨멎”…예상 못한 생명 감각→여름날 기억 흔든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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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도축장서 수묵 조각 앞 숨멎”…예상 못한 생명 감각→여름날 기억 흔든 순간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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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빛이 스며드는 전시장 안, 김상욱은 특유의 차분한 미소와 함께 조용히 새로움을 마주했다. 오래된 도축장의 차가운 벽과 먹색 천이 맞물린 그 공간에서, 그는 눈빛만으로도 생명과 기억의 결을 천천히 더듬었다. 손끝을 스치는 작품의 온기, 촘촘히 봉제된 조형미, 그 앞에 서 있는 김상욱의 시선은 어느새 여름날의 한 장면을 아름답게 조율했다.

 

김상욱은 옅은 베이지톤 셔츠와 슬랙스, 산뜻한 샌들로 내추럴한 분위기를 더했고, 함께한 여성은 먹색 블라우스와 연회색 롱스커트로 단아한 인상을 남겼다. 두 사람 사이, 척추를 닮은 구조물 위로 크고 부드러운 꽃잎이 하늘거렸고, 솜과 천 그리고 정성을 담은 바느질의 흔적마다 생명에 대한 깊은 사유가 깃들었다. 한상아 작가의 입체 수묵 조각은 엄마가 된 후 새겨진 출산과 양육,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냈다. 서양에서는 은하수를 여신 헤라의 젖에 빗대듯 milky way라 이름붙였고, 키메라 같은 기괴한 형상과도 닿아 있는 점이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했다는 평가다.

“전시장 문턱을 넘자, 세계가 뒤집혔다”…김상욱, 도축장 감성→입체 수묵 조각 앞 감탄 / 물리학자 김상욱 인스타그램
“전시장 문턱을 넘자, 세계가 뒤집혔다”…김상욱, 도축장 감성→입체 수묵 조각 앞 감탄 / 물리학자 김상욱 인스타그램

김상욱은 "작가로부터 직접 들은 작품 설명이 특히 인상 깊었다"며,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완연히 달라진 공간의 공기가 자신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팬들은 "생명과 물성의 조화가 신선하다", "익숙한 시장이 놀랍도록 변했다"는 반응으로, 전시 자체와 공간의 재해석에 뜨거운 시선을 보냈다. 예술을 매개로 일상과 감정, 그리고 삶의 비밀스러운 한 조각이 나누어진 셈이다.

 

청량리시장 내 '더윌로'라는 숨겨진 공간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과거 도축장의 기억을 가진 전시장이 입체 수묵 조각과 만나 완전히 새로운 감각의 울림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이 여름, 김상욱의 한 순간 역시 오래도록 간직될 또 한 장의 여운이 됐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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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입체수묵조각#더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