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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자락에 깃든 시간”…영주에서 만나는 전통과 고요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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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자락에 깃든 시간”…영주에서 만나는 전통과 고요의 풍경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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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천년 고찰이나 서원을 찾아 느긋이 걷는 이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어렵게만 느껴졌던 전통 문화와 자연, 이제는 마음의 쉼표로 다가오는 날이 됐다.

 

영주시엔 소백산 자락을 따라 선비 정신이 녹아든 유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9월 초, 구름이 둥실한 하늘 아래 28도를 살짝 넘기는 기온—야외활동을 즐기기에는 제격인 날씨라 누군가는 부석사로, 또 누군가는 소수서원으로 발걸음 한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영주 선비촌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영주 선비촌

신라 문무왕 시절 의상대사가 창건한 부석사는 그 자체로 역사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특히 무량수전 앞 시원하게 트인 소백산 능선 풍경과, 가을 햇살이 스며든 사찰 경내의 고요함에 방문객들은 절로 걸음을 늦춘다. 각 전각과 석탑, 고목 사이 산책로를 돌면 바쁜 일상 속 잊었던 사색의 시간을 찾은 듯한 기분이 든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코로나19를 지나며 국내 여행과 전통문화 관광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게 지역문화관광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관광객들은 “탁 트인 경치와 고즈넉함에 하루쯤 쉬어가고 싶다”며 SNS에 사진을 올리고, 걷기 좋은 가을 산사의 개방감에 만족감을 표현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여행의 본질이 “일상에 쉼과 감정의 여백을 되찾으려는 심리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오랜 유적을 순례하며 느리는 걸음, 그리고 사찰 경내의 자연에서 받는 위로가 내면을 채운다는 것. 한 사찰 해설사는 “과거 선비들이 그랬듯, 자연과 조용한 공간이 우리 마음을 단단하게 해줄 때가 있다”고 건넸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나도 가을에 부석사 다녀왔다. 고요함이 좋았다”, “소수서원 산책로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생각이 정리됐다” 등,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얻는 감정의 환기와 여유에 공감했다.

 

특별하지 않아도, 생활 속에 이런 문화 유적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일상이 넉넉해진다는 이들도 있다. 선비촌의 한옥 골목을 걷거나 소수서원 옆 죽계천가를 따라 걷는 길, 그 안에 옛 정취와 새로운 발견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오늘, 누군가는 부석사에서, 또 누군가는 소수서원에서 작은 사색의 시간을 남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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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부석사#소수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