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암 위험, 성별·폐경 따라 달라진다”…삼성, 대규모 인구 연구 공개
비만 관련 지표인 체질량지수와 허리둘레가 암 발생 위험에 미치는 영향이 암종별로 다르고, 성별과 여성의 폐경 여부에 따라 그 양상이 달라지는 사실이 대규모 인구 기반 연구에서 제시됐다. 삼성서울병원·숭실대 공동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20년까지 건강검진 이력 보유자 약 398만 명(남성 약 220만, 여성 약 178만)을 평균 9년간 추적한 결과, 비만·복부비만과 암 발생 위험 사이의 비선형 관계 및 맞춤형 위험도를 21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발표를 의료 IT 데이터 활용 기반 ‘정밀 암 예방’ 경쟁의 신호탄으로 주목하고 있다.
연구진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해 남성, 폐경 전 여성, 폐경 후 여성으로 세분화한 후, 체질량지수와 허리둘레와 같은 비만 지표와 암 발생 위험 간 비선형성을 스플라인 곡선 분석법으로 입체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이는 서양 중심의 과거 연구들과 달리 한국인을 대상으로, 성별·폐경 상태까지 반영해 진행된 최대 규모 데이터 기반 분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암종별로 비만이 미치는 영향의 양상에도 차이가 뚜렷했다. 예를 들어 남성에서는 허리둘레가 늘어날수록 암 발생 위험이 정비례해 증가하는 선형 패턴이 확인됐지만, 체질량지수는 25kg/m² 이상 같은 일정 구간에서만 위험이 빠르게 높아지는 비선형 경향을 보였다. 간암과 담도암 등에서는 체질량지수가 25kg/m² 이상, 허리둘레 90cm 이상부터 암 위험이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반면, 남성 폐암에서는 오히려 체중이 적정치(23kg/m²) 이하에서 체질량지수가 낮을수록 암 위험이 커져, 고도 비만만이 아닌 저체중의 위험성도 시사했다.
비만과 연관된 13개 주요 암 외에도 골수성 백혈병, 비호지킨 림프종 등 예외적 암종에서도 비만 및 복부 비만의 위험도가 검출됐다. 폐경 전·후를 기준으로도 비만-암 발생 간 연관성에서 의미 있는 차이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성별·폐경여부 등 신체지표 차이에 따라 암 발생 위험 곡선이 달라져, 획일적 예방 기준보다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제적으로는 미국 NIH, 유럽연합 등도 인구 빅데이터 기반 암 예측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연구와 같은 대규모 현지 분석은 국내 IT-의료 융합 기반의 정밀예방의료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건강검진, 환자 건강 데이터의 통합적 활용 측면에서 개인정보보호 등 제도적 기반 확충도 요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는 암별·성별 맞춤형 위험평가가 실제 암 예방 정책으로 연결될 토대를 제공한다”며 “개인 건강지표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밀 의료로의 전환이 암 관리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산업계는 맞춤형 암 예측 모델이 실제 의료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