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암시”…조코비치, 프랑스오픈 준결승 탈락→코트 작별 시사
조용한 동작 속에 뜨거운 감정이 전해졌다. 노바크 조코비치는 경기 종료 후 코트에 키스하며 이별을 암시했다. 손끝에 담긴 그 무게감만큼, 테니스를 향한 그의 마지막 일성이 깊은 울림을 남겼다.
2024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준결승전은 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개최됐다. 세계 1위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와 맞붙은 노바크 조코비치(38·세르비아)는 0-3으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경기 초반부터 신네르는 탄탄한 수비와 정교한 스트로크를 앞세워 주도권을 쥐었다. 조코비치는 특유의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맞섰으나 강한 랠리 싸움과 체력 소모에 밀리며 세트 내내 주도권을 내줬다.
가장 주목받은 장면은 경기 종료 직후였다. 조코비치는 손에 키스를 한 뒤, 롤랑가로스의 붉은 클레이 코트와 조용히 이별을 고하는 듯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어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조코비치는 “모르겠다. 이곳에서 펼치는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고 밝히며 은퇴를 시사했다.
조코비치는 “마지막에 더 감정적이었던 것 같다. 만약 이 경기가 롤랑가로스에서의 마지막이었다면 관중과 분위기가 정말 굉장했다”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내 경력에서 12개월 뒤는 긴 시간이다. 더 뛰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내년 이 대회에 다시 서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쟁자인 신네르는 “조코비치가 은퇴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는 우리 모두의 롤모델”이라며 존경과 바람을 표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신네르의 정교한 플레이와 집중력이 빛났으며, 관중들은 두 레전드의 맞대결에 뜨거운 박수와 응원을 보냈다.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 직전, ATP 이상급 투어에서 통산 100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역대 3번째 대기록을 세웠다. 남녀 통틀어 메이저 단식 25회 우승까지 남은 길이 좁혀졌지만, 메이저 우승 기록은 지난 2023년 US오픈 이후 멈춰 있다.
조코비치는 “남은 최고의 기회는 윔블던과 US오픈에 있다. 나머지 대회에는 확신이 없지만, 아직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며 각오를 밝혔다. 무엇보다 그의 명예로운 작별이 당장은 확정되지 않은 만큼, 테니스 팬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 일정으로 조코비치는 윔블던 출전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이후 US오픈으로 25번째 메이저 우승 도전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번 결과로 당분간 순위 변동은 없을 예정이나, 조코비치의 최종 은퇴 여부와 향후 행보가 세계 테니스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
하루를 견디는 선수의 무거운 발걸음, 샷 뒤에 숨겨진 수많은 이야기는 코트에서만 남지 않는다. 조코비치가 남긴 여운은 롤랑가로스 밤공기처럼 오래도록 머물렀다. 2024 프랑스오픈의 기록과 감동은 6월 7일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깊게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