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 걷는 과거의 길”…강릉 국가유산 야행이 만든 도시의 밤
요즘 도시의 밤을 다시 걷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잠든 시간에 머무르는 공간이라 여겨졌지만, 이제는 문화유산이 살아 있는 야행의 일상이 강릉에서 펼쳐지고 있다.
강릉국가유산야행은 여름밤, 은은한 달빛이 비추는 강릉대도호부관아와 시장 골목을 따라 걷는 경험으로 떠오르고 있다. 방문객들은 전통 행차 퍼레이드와 조선시대 한복 패션쇼 아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현장을 마주한다. SNS에는 축제에서 찍은 야경과 먹거리 인증이 잇따르고, “밤의 시장 골목을 걷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여행”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강릉 문화유산 활용 축제는 매년 관람객이 꾸준히 늘며, 지역 상권 매출 또한 행사 기간 중 눈에 띄게 늘었다는 평가다. 특히 올해는 8가지 밤 테마와 함께, 드론 퍼포먼스, 그림 체험, 강릉단오제 전통공연, 달밤 버스킹 등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삶 속의 역사 경험”이라 부른다. 문화기획자 박은정 씨는 “지역 전통문화가 축제라는 형태로 자연스럽게 일상에 들어온다”며 “골목에서 음식을 먹고 버스킹을 듣는 순간에도 무심코 과거의 특별한 정취와 현재의 활력이 함께 스며든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지역 주민과 관람객이 함께 만드는 축제는 도시 공동체의 온기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강릉에 이런 문화유산이 많은지 처음 알았다”고 놀라워하거나, “야시장 먹거리부터 전통 공연까지 한 번에 누릴 수 있어 가족나들이로 제격”이라는 공감도 이어진다. 오래된 시간의 흔적이 살아 있는 골목에서는 “밤에 걷는 것만으로 위로를 받는다”는 목소리도 전해진다.
강릉의 밤이 이처럼 다채로운 풍경으로 채워지는 것은 단지 관광 트렌드를 넘어, 지역의 역사와 일상이 새롭게 만나는 변화의 순간이다. 삶의 기억이 담긴 골목과 오래된 건물들이 주는 여운이, 야행의 시간 속에서 오래도록 남는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