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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의 빛과 역사의 숨결 따라 걷다→완도의 여름, 기억에 스며드는 순간
문화

해양의 빛과 역사의 숨결 따라 걷다→완도의 여름, 기억에 스며드는 순간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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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의 바람이 유영하는 완도에서는 짙은 파도의 숨결과 유구한 역사의 울림이 나란히 스며들어, 여행자의 마음에 새로운 빛을 건낸다. 맑은 해안선과 푸른 다도해가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한 사람 한 사람마다 기억될 여름날의 순간이 완도만의 온기로 피어난다.

 

완도읍 동망산 정상에 자리한 완도타워는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진 완도항과 다도해를 눈에 담게 한다. 해 질 무렵 황혼의 빛으로 물드는 바다는, 일상에서 벗어난 이들의 마음을 달래며 깊고 청명한 인상을 남긴다. 계절에 따라 바뀌는 하늘색과 밤이면 수놓아지는 조명은 도시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여운을 선사한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출처: 한국관광공사

발길을 옮기면, 정도리 어촌민속전시관에서는 지역 어민의 삶과 바다가 품은 이야기를 천천히 체험할 수 있다. 해양 생물 표본과 과거의 어선 모형 등은 완도가 지닌 해양문화의 힘과 세월의 기억을 세밀하게 전한다. 관람객들은 전시에 머물러 시간의 흐름을 따라 걷듯, 바다 위에 쌓인 공동체의 역사를 조용히 헤아린다.

 

장도에서는 해상왕 장보고의 위대한 발자취가 살아 숨쉰다. 장보고 동상 앞에 선 순간, 해상 실크로드를 개척했던 인물이 이곳 신라 청해진에서 항로를 넓혔던 그날의 바람이 관광객의 뺨을 스친다. 섬의 사색 속에서 역사는 개인의 시간과 겹쳐지고, 유적지는 지금의 자유로운 여정을 더욱 깊고 단단하게 만든다. 

 

군외면 완도수목원에서의 산책은 남도의 아열대 바람과 희귀한 식물들의 청량한 향기로 완성된다. 빼곡한 숲길, 온실의 화려한 열대 식물과, 정상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남해의 물빛은 한껏 열린 감각을 깨운다. 하루의 분주함이 서서히 풀리고, 숲과 하늘이 합창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사유의 시간을 얻게 된다.

 

여름의 절정을 품은 신지면 명사십리해변에서는 3.8킬로미터에 이르는 백사장이 끝없이 펼쳐지고, 맑은 파도 소리에 여행의 여운이 긴밀히 겹쳐진다. 뜨거운 모래와 차가운 바닷물 사이, 온몸으로 느끼는 해양레저와 해양치유센터에서의 시간은 바쁜 도시로 돌아가기 전 잠시 멈춤의 위로를 준다.

 

완도의 바닷길과 섬, 그리고 숲과 해변에서는 시간의 깊이와 자연의 온기가 한데 묶여 여행자에게 조용한 위로와 깨달음을 선물한다. 7월부터 본격적인 여름길이 열리는 완도의 수많은 문화·역사 명소들은, 바다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오랜 사색의 여운을 남긴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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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장보고유적지#명사십리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