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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도피 의혹 집중 추궁”…윤석열, 구치소서 4시간 30분 조사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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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도피 의혹을 둘러싸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해병특검팀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윤 전 대통령은 16일 서울구치소에서 4시간 30분에 걸쳐 옥중 조사를 받으며, 모든 질문에 진술 거부 없이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구치소 대면조사로 촉발된 이번 정국은 권력기관 내 책임 소재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음을 시사한다.

 

특검팀은 이날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다. 조사는 오후 1시 30분부터 6시까지 진행됐으며, 이 중 3시간 반가량 실질 조사 후 윤 전 대통령이 조서를 1시간가량 열람·날인했다. 이번 조사는 이명현 해병특검팀이 호주 도피 의혹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두 번째 대면 조사다. 특검팀은 60페이지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했으며, 영상녹화도 병행하는 등 수사에 공을 들였다.

윤 전 대통령은 주요 질문에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 측은 "호주대사 임명 과정은 관련 법령과 외교·안보라인의 통상 절차에 따라 정상 진행됐다"며 "대통령실이 법무부나 외교부에 어떤 형태의 지시나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종섭 전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 및 출국 강행에 대해선 "오히려 공수처가 적기에 수사하지 않은 채 출국금지만 장기간 유지해, 방산외교 및 호주와의 전략적 협력에 차질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특검팀에서는 호주 도피 의혹 전담 정현승 부장검사가 직접 조사를 이끌었고, 지원 검사와 수사관이 배석했다. 조사는 구치소 내 공무상 접견실에서 이뤄졌으며, 윤 전 대통령은 수의를 입은 채 변호인단 입회 하에 답변했다. 해병특검은 애초 소환조사를 원칙으로 했으나, 일정과 방어권 보장 등을 이유로 옥중조사로 방식을 조정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치소 방문조사는 전직 대통령 가운데 다섯 번째다. 앞서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도 별도의 구치소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조사에 응하지 않아 실제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 도피 의혹은 지난해 3월 4일 출국금지 신분임에도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데서 시작됐다. 문제가 확산되자 그는 11일 만에 귀국했다. 특검은 외교부·법무부·국가안보실 관계자 조사에서 이 전 장관 내정 과정의 이례성과 심사 절차 졸속, 방산협력 일정 기획 의혹 등 핵심 단서를 확보한 상태다.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조사는 불필요하다는 방침이다. 향후 그간의 조사 내용을 토대로 이종섭 전 장관 등 호주 도피 의혹 피의자들을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해병특검의 수사기한은 28일까지다. 정치권은 이번 특검 수사 및 전직 대통령 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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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종섭#해병특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