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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생활비 지원 강화”…싱가포르·말레이시아, 대규모 소비쿠폰·현금지급에 재정 부담 우려
국제

“국민 생활비 지원 강화”…싱가포르·말레이시아, 대규모 소비쿠폰·현금지급에 재정 부담 우려

한지성 기자
입력

현지시각 23일, 싱가포르(Singapore)와 말레이시아(Malaysia)가 각각 대규모 현금성 지원책 시행에 돌입했다. 싱가포르는 21~59세 국민 300만명에게 65만원 상당의 소비쿠폰을 지급하고, 말레이시아는 18세 이상 전 국민에게 현금과 휘발유 보조금 인하를 실시한다. 양국 모두 내수 경제 활성화와 국민들의 생계비 부담 완화라는 명확한 목표 아래 사회적 지원을 확대하면서 시장과 국제 사회의 반응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날 21~59세 국민 전원에게 600싱가포르달러(SGD)(약 65만원) 상당의 ‘SG60 바우처’ 지급을 시작했다. 이 쿠폰은 전국 2만3천여개 소상공인 매장과 8개 슈퍼마켓 체인에서 쓸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싱가포르 독립 60주년을 맞아 국민 모두의 기여에 보답한다는 취지로 총 20억2천만SGD(약 2조1천800억원) 예산이 투입됐다. 로런스 웡(Lawrence Wong) 총리는 “모든 국민에게 국가 발전 성과를 함께 나누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국민 300만명에 65만원 소비쿠폰…말레이시아도 현금 지원 확대
싱가포르, 국민 300만명에 65만원 소비쿠폰…말레이시아도 현금 지원 확대

앞서 60세 이상 고령 국민 91만5천명에게는 800SGD(약 86만원)의 더 큰 바우처가 이달 초부터 지급됐다. 지금까지 고령층의 83%가 수령했고, 1억2천670만SGD(약 1,377억원) 상당의 소비로 이어졌다. 정부는 쿠폰 사용처를 지역 소매업 중심으로 제한해 지역경제 진작을 노렸으며, 쿠폰 이용 과정에서 사기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동남아 이웃 말레이시아 또한 정부 차원 대규모 현금살포 정책을 공개했다. 7월 31일부터 만 18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100링깃(약 3만3천원)을 일괄 지급한다. 아울러, 리터당 휘발유 가격을 1.99링깃(약 649원)까지 2.9% 인하하기로 했다. 올해 현금지원 관련 예산은 애초 계획보다 20억링깃 늘어난 150억링깃(약 4조8천900억원)에 달한다. 안와르 이브라힘(Anwar Ibrahim) 총리는 “생계비 상승 대응을 위한 추가 대책을 24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당초 연료 보조금 감축, 고소득층 제외 정책을 시도했으나, 여론 반발과 물가 부담을 감안해 사실상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최근 전기요금 인상 등 재정건전성 확보 기조를 보여왔으나 생활비 부담 급증 속 민심의 압박이 이번 지원책으로 이어졌다. 야권은 오는 26일 안와르 총리 사임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상황이며, 현지 경찰은 1만~1만5천명 규모 참가를 전망하고 있다.

 

현지와 국제 경제 전문가들은 내수 진작이라는 단기 효과와 동시에 재정 부담 심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경계한다. 케낭가 투자은행의 무함마드 사이푸딘 사푸안(Muhammad Saifuddin Sapuan)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현 시점에서 소비·경기 부양 목적의 현금 지원과 연료보조 확대는 불가피했다”며 “반면 재정 조달 및 국가 재정 목표에는 중대한 압박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주요 외신도 두 나라의 이번 결정이 단기적으로 소비와 성장률에 긍정적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투자자 신뢰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진단한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정부 모두 추가 지원책 발표를 예고하며 국민 체감효과와 시장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동남아 주요 국가의 현금성 지원 확대 기조가 역내는 물론, 각국 금융시장과 통화 흐름, 투자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향후 국가 재정 정책 기조와 아시아 금융시장 전반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다고 분석한다.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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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말레이시아#sg60바우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