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독마이, 청춘의 파동 넘실”…‘왓 이브?’ 속 감성 질주→MZ세대 마음 포위
말없이 전해지는 기타 선율과 잔잔하게 남는 보컬의 흔적이 청춘의 무게를 한결 가볍게 만든다. 태국 인디팝 듀오 란독마이의 음악에는 지워지지 않는 추억의 조각과 감정의 파장이 겹겹이 쌓여, 익숙한 듯 낯선 청춘의 초상을 몽환적으로 그려냈다. EP ‘왓 이브?’의 전개는 무심한 듯 따뜻한 질문들을 감미로운 노래로 바꾸며, 리스너 마음 곳곳에 아릿한 파문을 새겼다.
란독마이(LANDOKMAI)는 드림팝 특유의 깊고 빈티지한 사운드를 앞세워 T-팝(태국 팝)의 견고한 지형을 새롭게 쌓아 올리고 있다. 우핌의 투명한 보컬과 앤트의 감각적인 기타가 만난 순간,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몽환적 풍경이 만들어진다. 란독마이가 사용하는 언어는 영어와 태국어 모두이지만, 그 언어의 선택에 관계없이 전 세계 청자에게 자연스레 감각을 이식하고 있다.

이미 란독마이는 현지 MZ세대의 절대적 신뢰를 바탕으로 약 86만 명의 월간 리스너 수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굳혀왔다. 밴드 ‘하입스’의 제임스 알린, 국내 밴드 ‘설’의 보컬 설호승 등과의 협업은 한국 음악팬 사이에서도 란독마이의 이름을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특히 지난달 공개된 협업곡 ‘핑거 페인트(Finger paint)’에서는 오랜만에 마주한 낯섦과 설레임, 어린 시절의 감각이 한데 모여 란독마이 특유의 아련한 온도를 고스란히 자아냈다.
란독마이의 시작은 학교 과제에서 비롯된 순수한 인연이었다. 두 사람은 ‘킵 플라워스(Keep Flowers)’로 처음 호흡을 맞췄고, 수수함이 묻어나는 미니멀리즘 위에 따스한 서정성을 채워나갔다. 기타리스트 앤트는 “기타를 칠 줄만 알았던 자신에게 일본 애니메이션 ‘케이온(K-ON)’이 음악을 향한 확신을 심어줬다”고 털어놨고, 우핌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으로 더 많은 가능성을 찾고자 노래길을 택했다고 밝혔다.
팀명에는 서로의 취향과 이야기, 특별한 기억이 스며 있다. 앤트는 “우핌의 본명이 북부 태국어로 ‘꽃 귀걸이’라는 뜻”이라고 밝혔고, 그 의미처럼 우핌의 꿈같은 상상력과 여러 감각이 어우러진 가사가 란독마이 음악의 근간이 됐다. 두 사람은 “듣고 좋으면 그게 진짜 좋은 사운드”라는 음악 철학을 소박하게 고수하며, 꾸밈없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2018년 이후 이어진 꾸준한 협업과 성장의 시간 속에서, 란독마이는 서로의 취향과 색깔을 존중하며 ‘듀오’의 균형을 지켜왔다. 우핌은 “의견 충돌도 있지만 대부분 앤트가 한발 물러나 양보한다”며 소소한 웃음을 전했고, 대표곡 ‘플리즈 비 트루(Please Be True)’에선 짝사랑의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드러냈다. 해당 곡은 밴드 ‘YEW’의 P가 프로듀싱을 맡아 란독마이의 사운드적 스펙트럼을 한층 확장시켰다.
아직 국내에선 낯선 태국 팝의 흐름 속에서도 란독마이는 폴리캣(Polycat) 등 선배 뮤지션을 언급하며 T-팝 특유의 문화적 매력과 편안함을 높이 샀다. 란독마이는 “태국의 유쾌하고 느긋한 공기가 자연스럽게 음악에 스민다”고 단언했다. 또한 K-팝 속 태국 출신 아티스트들에 대해 “많은 청년에게 용기를 주는 존재”라며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최근 란독마이는 설호승, 제임스 알린, 웨이브 투 어스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을 통해 자신들만의 성장 방정식을 그려가고 있다. “스타일이 맞는지가 가장 큰 기준”이라는 란독마이의 말처럼 진정성 있는 파트너십이 독특한 음악적 확장성을 이끌고 있다.
‘왓 이브?’ EP는 란독마이의 또 다른 도전이자 실험이다. 전곡이 영어로 제작됐으며, 여성의 성장과 고민, ‘만약에’라는 질문 속 끝없는 모색이 녹아 있다. 란독마이는 “태국어로 작업할 때 더 자유롭지만, 여러 언어로 표현을 확장하는 것은 세계와 더 넓게 소통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란독마이는 각자만의 스타일이 묻어난 빈티지 의상과 레이스 블라우스, 자유로운 감각으로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정체성을 딱 정의할 순 없지만 변화하는 점이 우리만의 색”이라며, 언제나 성장하는 자신들의 여정을 지켜봐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몽환적 사운드에 청춘의 서사를 얹은 란독마이의 EP ‘왓 이브?’는 아련한 여운과 함께 태국을 넘어 전 세계 리스너를 향한 깊은 메시지를 건넨다.
란독마이의 감성과 성장, 태국 청년 음악의 새로운 흐름을 담은 EP ‘왓 이브?’는 다양한 스트리밍 채널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