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대사관 서울 개관이 던진 새 아침”…양국, 긴 긴장 끝 외교의 새 지평→관계 전환
쿠바가 서울 한복판에 둥지를 틀며 숙연한 외교의 새 무대를 밝혔다. 사회주의 형제국인 북한의 그림자를 견뎌온 지난 시간, 한국과 쿠바의 뿌리 깊은 오해와 침묵도 오늘 개관식을 기점으로 서서히 바람결을 타고 흩어진다. 16개월 전 단단한 악수로 수교를 맺은 이래, 이제 양국은 서로의 도시 중심에 상주 공관을 놓으며 신중하게도 또렷하게, 우정과 협력의 첫걸음을 디뎠다.
서울 중구 이프라자빌딩에 자리 잡은 주한쿠바대사관은 10일 현판식과 함께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고, 개관 기념 리셉션에는 쿠바·중남미 협회, 학계, 주한외교단, 그리고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 총재까지 모여 만개 직전의 새로운 관계를 예감했다. 클라우디오 몬손 주한쿠바대사는 “두 나라가 이제야 비로소 새로운 시작을 맞이했다”고 했으며, 쿠바의 꿀과 커피, 그리고 야구가 한국의 시장과 인연을 넓혀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주일 외교부 중남미국장은 이번 대사관 개관이 “외교관계 수립 이후 첫 번째 마디의 절차”라고 짚으며, 향후 정치·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와 대화가 더욱 활기를 띨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밝혔다. 대한민국 정부 역시 주한 쿠바대사관의 원활한 운영과, 양국의 상호 호혜적 관계 구축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부연했다.
아리엘 로렌조 쿠바 외교부 아시아대양주국장은 방한 소감 속에 “수교 이후 이제 본격적으로 공통의 이익과 새롭고 단단한 관계를 추구하는 시점”이라 전했다. 특별히 야구와 같은 남국의 열기는 두 나라 국민의 정서적 연결고리가 돼, 문화와 스포츠를 축으로 한 소통의 폭이 넓어질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2월까지 중남미에서 유일하게 쿠바와 외교를 맺지 않은 나라였고, 오랜만에 열린 새로운 창구를 매개로 쿠바산 제품, 특히 꿀과 커피 등 경제 교류의 싹 또한 조용히 움트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상주공관 개설은 극도의 보안 속에 이뤄진 수교 협상의 결실이란 점에서 한국 외교사의 굵은 전환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양국은 앞으로 대사관을 거점 삼아 경제, 문화, 체육 등 다양한 분야의 접점을 확대해갈 계획이다. 정부는 향후 실질적 교류 강화를 모색하며, 대중적 여론 역시 양국 관계의 또 다른 미래를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