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폭행범, 결혼 약속에 보석 허가”…인도 사법부 판결 논란 확산→국제사회 비판 쏟아져
새벽바람이 아직 가시지 않은 인도 오디샤주의 거리에는, 정의와 존엄을 묻는 질문이 길게 드리워진다.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한 남성이 “피해자와 결혼을 하겠다”는 약속을 내세우며 일시적 자유를 얻은 이 날, 사법부의 결정은 신뢰와 분노의 경계 위에서 인도 사회 전체를 흔들고 있다.
인도 오디샤주 고등법원은 최근,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2년 전부터 수감됐던 26세 남성에게 한 달간 보석을 허가했다. 다른 무엇도 아닌, 피해자와의 결혼 의사와 가족 간 합의가 그 이유였다. 법원은 “사건 이전부터 유대가 있었고, 두 사람의 연령 차이도 크지 않다”고 판단했으며, “화해 가능성을 감안할 때 피해자의 존엄성이 위협받지 않는다”고 기록을 남겼다.

이 남성은 인도 아동성범죄보호법(POCSO법) 위반으로 2023년 구속됐다. 2019년, 16세였던 피해자와의 관계는 두 차례의 임신 중절이라는 아픈 흔적을 남겼고, 피해자는 끝내 고통 속에서 고발의 용기를 냈다. 인도 대법원은 이미 2017년, 심지어 혼인관계조차 미성년자와 성관계라면 성폭행임을 분명히 한 과거가 있었으나, 오디샤주의 법정은 가족 합의와 당사자사이의 교감이라는 이유로 다른 판단을 내렸다.
사회 역시 조용히 있지 않았다. 온라인과 언론에는 “결혼을 명분으로 한 성범죄 면죄부”라는 통렬한 비판이 잇따랐다. 실제로, 인도에서는 성폭행 가해자가 피해자와의 결혼 의사를 밝히거나 가족 합의가 이뤄지면, 보석 또는 형량 감경이 이어지는 판례가 존재한다. 2021년 인도 대법원도, 유사한 물음을 피고인에게 직접 던져 사법 신뢰에 흠집을 남긴 바 있다.
보수 매체 ‘오피인디아’ 역시 “법원이 가부장제의 잔재에 사로잡혀, 결혼이 성범죄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던졌다. 온라인에서는 “법이 가해자에게 ’합법적으로 죄를 반복할 기회’를 주었다”며 피해자의 존엄이 또다시 무너지는 현실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번졌다.
국제사회 역시 인도의 사법 체계와 성범죄 대응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지역의 문제를 넘어, 피해자 인권과 법의 공정성, 그리고 인도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제도적 모순을 비추는 상징적 장면이 되고 있다. 앞으로 인도 사법부가 성범죄와 결혼의 경계를 더욱 엄정하게 다루지 못한다면, 비판의 목소리는 국제무대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용하지만 집요하게, 피해자와 정의의 이름이 미래를 비춘다. 오디샤의 바람결은 오늘도 묻고 있다. 과연 정의란 무엇인가, 그리고 누구를 위한 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