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담겼을 수도”…부산서 숨진 예술고교생 사건 유족, 사망 전 메시지 공개→타살 주장
부산 해운대구에서 예술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여고생 3명이 사망한 채 발견된 사건을 두고 유가족 측이 학생 사망의 타살 가능성을 강하게 주장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사망 전 마지막 메시지·문자 기록 삭제와 학교 내 여러 갈등 정황이 새롭게 확인되며 경찰과 교육 당국의 조사에 관심이 집중된다.
사건은 지난달 21일 오전 1시 39분께 부산 해운대구 좌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고등학생 3명이 쓰러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학생들은 발견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든 이가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고인 중 1명의 유가족인 어머니 A씨는 지난달 2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딸 B씨와 사망 직전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했다. B씨는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라는 말을 남겼고, 유가족은 “헉 무섭게 왜그래”라고 답했다. 이후 B씨는 “아니야ㅎㅎ”라는 문자를 보냈으나, 당시 메시지 및 주변 학생들의 휴대전화 문자 내용도 모두 삭제된 점이 새롭게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유가족은 “학업 스트레스보다는 학교 내 갈등이나 알지 못한 비밀, 혹은 외부 요인이 작용했을 수 있다”며 “특히 무용 강사와의 갈등, 강사 채용·운영 체제, 12년째 이어진 관선이사 체제가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망 학생들의 휴대전화에 남긴 마지막 메시지가 삭제된 점에 주목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 중이다. 부산경찰청은 “정확한 사망 경위와 원인을 밝히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추가 조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가족 및 학부모회 등은 공개 기자회견과 성명을 통해 “명확한 수사와 투명한 결과 공개가 필요하다”며 경찰과 교육청의 엄정한 대응을 촉구했다.
사건에 대한 책임을 느낀 해당 학교 교장은 최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실 규명과 학교 운영 체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유가족과 학생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부산시교육청은 15명 규모의 특별감사반을 투입, 학부모 민원과 학교 운영 전반을 조사 중이다.
하지만 학교법인을 감시하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는 임시이사 일부 교체를 보류한 상태다. 해당 학교법인은 1999년 경영권 분쟁 이후 관선이사 체제로 20년 넘게 운영돼왔으며, 지속적으로 내부 갈등과 잡음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비극을 넘어, 지역 사립학교 운영구조의 문제점과 안전망 부재를 환기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찰과 교육기관은 추가 수사와 감사를 이어가며 사망 경위와 제도적 허점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학교 현장에서 드러난 문제의식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면밀한 진상 규명과 책임소재 확인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