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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재 블랙홀 경쟁 심화”…국내 기업, 해외유출 막기 총력전→제도혁신 관건
IT/바이오

“AI 인재 블랙홀 경쟁 심화”…국내 기업, 해외유출 막기 총력전→제도혁신 관건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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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 척도로 부상하면서, AI 인재 영입을 둘러싼 국가 간 전장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AI 인재 블랙홀’ 현상은 세계 시장 질서를 재편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며, 대한민국 기업과 정책당국 역시 인재 유치전에 전면적으로 뛰어든 형국이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엔지니어 한 명에 연봉 100만 달러라는 파격적 금액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과거 IT 개발 직군의 임금 구조와는 현격히 다르며, 단순히 자본에 근거한 과열 경쟁이 아니다. AI 고급 인력을 보유한 기업이 곧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는 생태계가 완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국가적 전략 하에 AI 분야 신입사원에게 월 1000만 원의 보상 모형을 도입하는 등, 인재 ‘사냥’에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AI 산업 기업의 81.9%가 인재난을 호소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는 2027년까지 최소 1만 2800명의 AI 신규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에는 10만 명당 0.3명의 AI 인재가 해외로 순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인재 블랙홀 경쟁 심화…국내 기업, 해외유출 막기 총력전→제도혁신 관건
AI 인재 블랙홀 경쟁 심화…국내 기업, 해외유출 막기 총력전→제도혁신 관건

이에 맞서 LG CNS, KT, 크래프톤, 트웰브랩스 등 국내 대표 IT·게임·금융 기업들은 경력직 AI 사이언티스트와 AI 엔지니어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 CNS는 올해 1000명의 AI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계획 아래, 유연 근무제와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를 도입했다. KT는 ‘AX 딜리버리 전문센터’ 조직과 더불어, AX 분야 전문 인력 모집에 고강도 우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크래프톤 등 대형 게임사는 AI 기반 게임 디자인을 선도하기 위해 신입에서 시니어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인재 영입전을 펼친다. 특히 트웰브랩스는 누적 투자 유치액 1억 달러의 배경에는,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 패키지와 스톡옵션 제공이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 밖에 혜움 등 금융 AI 기업과 헥토그룹처럼 경진대회 및 AI 에이전트 채용을 통한 파격적 인재 발굴 시도도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을 비롯한 상당수 기업이 글로벌 경쟁과 국내 인재풀의 협소성 속에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 국제 시장에서 대한민국의 해외 인재 유치 매력도는 30~40위권에 머물러 있으며, 연봉·복지·연구환경·네트워크 측면에서 아직 글로벌 스탠더드와의 괴리가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정부는 2024년 말 도입된 ‘인공지능기본법’과 ‘첨단산업 인재혁신 특별법’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책적으로는 AI 전문인력의 체계적 양성과 대학-산업계 교류 강화, 영주권 등 ‘비자 사다리’ 신설을 통해 해외 고급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2030년까지 1000명의 해외 인재 유치를 실현하고, 2034년까지 이 분야 국가 매력도 '세계 2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한다.

 

결국 AI 인재전은 기업의 인사 구조 혁신, 스톡옵션과 같은 근본적 보상 체계 도입, 그리고 국내외 고급 인력을 위한 업무·생활 생태계 구축과 일치할 때 성패가 결정될 전망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석·박사급 인재 양성, 외국인 대상 경력 지원, 한인 전문가 귀환 조성, 글로벌 스카우트 네트워크 등 차별화된 세부 전략의 필요성을 제언한다. AI 인재가 한국을 선택하고 자발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유연한 인재 활용 생태계’의 구축이야말로, 대한민국 디지털 미래의 관건으로 분석된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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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재#국내기업#정부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