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7천억원 전자전기 개발사업 향방은”…대한항공·LIG넥스원, 컨소시엄으로 수주전 격돌
대한민국 차세대 전자전기(Block-I) 체계개발 사업을 놓고 국내 방산업계가 정면 충돌했다. 대한항공은 8월 21일 LIG넥스원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내달 초 사업 제안서를 제출한다고 공식 밝혔다. 사업 규모만 1조7천775억원에 달하는 이 사업은 공군의 전략무기 도입을 둘러싼 방위산업계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은 적대 세력의 신호를 수집·분석할 뿐만 아니라, 전시 상황에서 전자공격(EA)을 통해 적의 방공망과 무선 지휘통신 체계를 마비하거나 교란하는 대형 특수임무기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정부가 직접 투자하고 국내업체 주도로 추진되는 만큼 국산화와 첨단 방산기술 경쟁력이 주목된다.

이번 사업에서 대한항공-LIG넥스원 컨소시엄이 체계종합업체로 선정될 경우, 대한항공은 체계통합과 기체 개조 및 제작을, LIG넥스원은 전자전 장비 개발·탑재와 체계개발을 각각 맡을 계획이다. 특히 외국산 중형 민항기를 개조해 임무 장비를 탑재하는 고난도 절차가 포함돼 있어 업계 기술력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미국 공군의 차세대 전자전기 EA-37B를 제외하면 민항기 기반 개조 사례가 흔치 않아 사업의 상징성과 난도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P-3C 해상초계기 성능개량, 백두 1차 사업 등 민간 항공기 군용화 경험과 비행안전 적합 인증(감항인증) 선례, 전국에 걸친 연구개발 인력과 항공기 정비 네트워크, 71만㎡에 달하는 대형 격납고 등 기반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지금까지 미군 항공기 3천700대를 포함, 총 5천500여 대 항공기가 이 시설을 거쳐 출고됐다.
LIG넥스원 역시 KF-21 통합전자전·차세대 함정, 잠수함·백두정찰기 등 전자전 장비 부문에서 국내 독보적 입지를 인정받고 있다. 국가 전략무기 전자전 장비 개발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로 첨단 무기 국산화와 수출 경쟁력도 강조했다.
정치권과 방산업계는 기술 자립과 글로벌 방산 시장 진출 가능성을 동시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군 관계자는 “전자기 스펙트럼전 수행능력 확보가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업계에서는 대규모 국책 사업이 국내 방위산업 생태계 전반에 확산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정부는 사업자 선정 이후, 세부 개발일정과 군 전력화 로드맵을 함께 마련한다. 정치권은 차기 국회에서 전자전기 개발사업의 예산 심의와 투명성 강화를 위한 후속 점검에 나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