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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피드형 ‘친구’ 탭 롤백”…카카오, 이용자 반발에 전격 수정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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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형 인터페이스 도입을 시도했던 카카오톡이 결국 이용자의 거센 반발에 맞서 ‘원상 복구’를 결정했다. 카카오가 단행한 카카오톡 ‘친구’ 탭 인터페이스 개편은 소셜 미디어 트렌드를 반영한 변화였으나, 예상 외로 사용자 저항이 거세게 나타나자 카카오는 일주일 만에 기존의 전화번호부형 구조로 되돌리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업계는 카카오의 빠른 방향 전환이 국내 메신저 산업 내 ‘플랫폼 신뢰’ 확보 경쟁에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는 29일 ‘친구’ 탭의 첫 화면을 피드형(타임라인식 게시물 노출)에서 기존의 가나다순 연락처 방식으로 복귀시키기로 했다. 다만 인스타그램식 피드형 게시물은 ‘소식’이라는 별도 메뉴를 신설해 이동한다. 이 같은 조치는 2024년 4분기 중 적용될 예정이다. 카카오는 “이용자 피드백을 적극 반영해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개편안은 친구의 프로필 사진, 게시글 등 일상 정보가 타임라인처럼 앞면에 노출되는 구조였다. 이는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SNS의 피드 방식을 차용한 것으로, 국내 최대 메신저에 소셜 미디어적 속성을 입히려는 시도였다. 카카오는 월 1340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필 정보 변경 빈도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변화에 적응할 것이라 내다봤다.

 

그러나 발 빠른 변경 배포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상 불만이 폭증했다. “친구·직장 상사·거래처 등 모든 지인의 일상을 원치 않게 본다”, “프로필 사진이 타인 화면에 크게 노출된다”는 불균형 인식이 확산됐다. 빅테크에 대한 즉각적 반응으로 앱 평점 테러, 탈(脫)카카오 움직임 견인, 연예인도 공개적으로 비판에 가세하는 등 거부감이 시장에 강하게 표출됐다.

 

카카오 경영진은 개편 초기 “폰트만 바꿔도 초기 불편이 따른다”며 사용자 반발이 일시적일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플랫폼이사회의 민감성과 부담을 간과했다는 평가다. 카카오는 이례적으로 주말 공식 입장문을 통해 신속한 개선 의지를 표명한 데 이어 하루여 만에 롤백을 결정했다.

 

업계 관점에서 카카오의 후퇴는 절반의 수정이라는 해석도 있다. 발표대로라면 피드형 타임라인은 아예 폐지하지 않고, 원하는 이용자에만 ‘소식’ 메뉴에서 보게 한다. 이는 카카오톡 성장 한계에 따라 신규 광고 노출 영역 확보를 노렸던 전략적 배경이 있었으나, 이용자 저항으로 ‘강제 노출’ 효과를 잃었다는 의미다. 동시 접속자 규모와 이용 빈도가 워낙 높은 플랫폼 특성상, 광고주 설득과 기능적 균형 과제가 커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국내 빅테크로선 드문 ‘이용자 피드백 우선 수용’ 사례로 평가한다. “카카오톡은 사실상 공공재에 준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이용자 신뢰 회복 없이는 미래 성장동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외 IT 플랫폼 업계는 ‘서비스 편의성’과 ‘수익화 논리’라는 두 변수의 균형을 재조정해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됐다. 산업계는 이번 카카오의 전략 수정이 실제 플랫폼 혁신 모델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규제, 수익과 신뢰의 접점이 플랫폼 산업의 지속 성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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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카카오톡#메신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