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이재명 외교 교차로”…캐슬린 스티븐스, 日협력 모델 제안→한미관계 긴장 고조
이재명 대통령의 시대가 막을 올리자 워싱턴DC의 회의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그림자와 함께 이국적 긴장감으로 물들었다. 전직 주한 미국대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의 새로운 리더십과 한일, 한미, 한중 외교지형의 변화를 예견하며, 차가운 분석과 따뜻한 역사적 평가가 교차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과의 화해 전략이 이재명 대통령에겐 값진 본보기임을 강조했고, 그 지점에서 한일관계를 둘러싼 오랜 갈등과 미래지향적 협력의 싹이 현재진행형 과제로 부상함을 시사했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와 함께 발표한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짚으며, “역사적인 진전을 이루고, 외교와 동맹 그리고 일본과의 관계에서 굉장히 능숙한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 역시 식민 지배 사죄를 이끌어낸 DJ의 업적을 특별히 언급하며, 과거사 문제의 돌파구 마련이 오늘날에도 강한 의미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그간 반목을 반복해온 한일 간 신뢰 회복과 미래 지향적 연대 구축의 가능성이 새 정부의 첫 걸음에서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그러나 한·중·일 외교의 교차점에서 이재명 정부는 미묘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해리 해리스 전 대사는 “서해 위기와 공세적 중국을 상대해야 하는 현실적 문제”를 지적하며, 남중국해 갈등이 이제 한국에게도 문 앞 현실이 됐음을 역설했다. 중국이 서해에서 관측용 구조물을 설치하는 등 기존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는 데 따른 우려도 덧붙여졌다. 한편 골드버그 전 대사는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하면서도 한미동맹, 한미일 3자 공조를 이어간다는 것은 외교정책의 최대 도전”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준 대중국 공조 정책을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 시기의 백악관과 국방부 인사들이 윤석열 정부 때와 같은 조율된 정책을 희망하고 있다”며, 이 대통령이 과연 미중 관계에서 외교적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에 주목했다.
전직 주한 미국대사들의 이 조언들과 경고는 이재명 정부의 향후 외교 노선이 구체적이고 신중한 전략을 요구한다는 점을 일깨운다. 동맹의 굳건함과 이웃 국가와의 화해, 그리고 미중 패권의 거센 물살을 헤쳐나갈 길목마다 새로운 해법이 요청되는 시기다. 미국 현지에서 개최된 이번 세미나는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리더십이 한일 신뢰 구축, 미중 사이 균형 외교 등 구조적 시련과 기대치 사이에서 어떤 궤적을 남길지 관심이 집중되는 계기였다.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안정화와 함께 한미동맹 조율의 해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