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웅, 아버지 위한 약속의 붓끝”…상실에 무너져도 창작으로 일어서다→가족의 아픔 품은 전시 향한 강한 의지
환한 미소 뒤에 감춰진 상처는 때론 예술가의 손끝에서 빛을 발한다. 박기웅은 부친을 잃은 슬픔에 한동안 말을 아꼈지만, 예술가로서의 책임감으로 다시 세상 앞에 섰다. 배우이자 화가인 박기웅은 자신의 상실과 흔들리는 마음을 담담하게 전하며, 가족과 함께 준비한 전시회에 온 힘을 다하겠다는 굳은 결의를 밝혔다.
박기웅은 지난 6월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깊은 상실감에 잠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다. 삼우제에서 조차 전시 연기를 고민했지만, 평소 약속을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던 아버지의 마음을 생각하며 일정을 밀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는 SNS를 통해 “갤러리와의 약속을 꼭 지키라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며,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키려는 내면의 다짐을 드러냈다.

특히 이번 전시는 박기웅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조형작품이 포함돼 의미를 더한다. 인테리어업에 몸담아온 아버지, 예술적 재능을 가진 동생과 함께 8개월 동안 준비해온 공동작업으로, 가족의 따스함과 남겨진 이들의 그리움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박기웅은 “셋이 함께 작품을 완성하며 자꾸만 눈물이 났다”고 털어놓으며, 창작 과정을 통해 사랑과 기억을 새롭게 이어가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효자인지, 불효자인지 여전히 알 수 없다”며, 미처 고하지 못한 마음을 솔직히 고백했다. 무너진 세상 속에서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메시지에서 희망과 의지가 묻어났다. 갤러리 관계자와 지인들 역시 전시 연기를 권유했으나, 박기웅은 가족과 팬, 본인과의 약속을 위해 일정을 그대로 이어가기 선택했다. 그 속에는 상실의 경험과 이를 예술로 극복하고자 하는 힘이 깃들어 있다.
동료 배우들은 물론 대중과 팬들도 SNS를 통해 따뜻한 격려를 전하고 있다. “아버지도 기뻐하실 것”, “끝까지 응원한다”는 메시지가 이어지면서, 박기웅의 용기 있는 복귀와 창작 행보에 응원의 기운이 쏟아졌다.
2005년 영화 ‘괴담’으로 데뷔해 수많은 작품에서 존재감을 보여온 박기웅은, 2021년 본격적으로 화가로서 자리매김했다. 드라마 ‘어쨌든 서른’을 비롯해 다양한 방송과 전시활동을 병행하며 예술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붓끝에서 피어난 아픔과 회복의 이야기는 그의 예술가적 여정에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한다. 이번 전시가 박기웅 가족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기록한 소중한 작품임을 상기시키며, “지켜봐달라”는 당부와 함께 글을 마쳤다. 이번 전시가 그에게 또다른 의미의 완성과 치유를 안겨줄지, 대중과 팬들의 기대가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