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의약품 신약, SK도 속도”…신규 도입·공급망이 판 가른다
방사성의약품(Radiopharmaceutical Therapy·RPT) 기술이 항암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기존 치료법이 한계를 드러낸 가운데, SK바이오팜을 비롯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RPT 후보물질 개발과 원료 공급망 확충에 속도를 내면서 신약 시장 진입에 도전하고 있다. 업계는 신규 도입 계획과 원료 경쟁력 확보가 글로벌 RPT 경쟁의 분기점을 결정할 요소가 될 것으로 본다.
SK바이오팜은 올해 안에 외부에서 방사성의약품 후보물질을 추가 도입, 5~6개 RPT 파이프라인을 운용하는 전략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홍콩 바이오기업 풀라이프 테크놀로지스에서 도입한 고형암 치료 후보물질 ‘SKL35501’을 중심으로, 내부 연구와 외부 물질 확보를 동시에 추진 중이다. 회사는 현재 자체 연구 중인 후보 약물 2종과 신규 외부 도입 2개 이상까지 포함해, 단계적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방침이다.

방사성의약품이란 진단 또는 치료용 방사선(알파·베타 등)을 방출하는 동위원소에 암세포 표적 물질을 결합한 제제로, 미량만 체내에 투여해도 암 조직만 골라서 효과적으로 진단·치료하는 차세대 의약품으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전립선암 등에서 과발현되는 수용체 단백질을 겨냥한 약물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붙여 표적성을 극대화한다. 이번 SK바이오팜의 SKL35501은 대장암·전립선암·췌장암 등 고형암에서 과발현되는 수용체(NTSR1)에 결합하는 저분자 신약 후보로, 기존 항암제의 한계를 넘어서는 정밀 타깃형 암 치료제다.
특히 RPT 개발의 성패는 치료용 동위원소의 확보가 좌우한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8월 미국 테라파워, 올해 2월 벨기에 판테라와 연이어 공급 계약을 체결해, 알파입자 방출 동위원소 악티늄-225(Ac-225)를 지속적·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악티늄-225는 세포 파괴력이 높아 최근 글로벌 RPT 시장에서 주목받는 핵심 원료다.
시장 측면에서 방사성의약품은 진단·치료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치료 부작용 최소화가 가능해 고형암 치료 분야의 주요 트렌드로 떠올랐다. 다만 짧은 반감기, 방사성 동위원소 확보의 난이도 등 시장 진입장벽이 높아 초기 경쟁 구도에서는 연구개발력과 공급망 역량이 산업 주도권을 가르는 요소가 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노바티스가 2022년 미국에서 RPT 치료제 ‘플루빅토’로 화두를 던졌고, 글로벌 제약사 간 기술도입 및 원료 확보 전쟁이 심화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SK바이오팜 외에 퓨쳐켐, 셀비온 등 다수 기업이 파이프라인 확장과 임상 진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외 RPT 산업의 진입은 핵심 원료의 안정적 공급, 방사성 의약품의 특성을 고려한 식약처 및 FDA의 규제 통과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방사성 물질의 운송·보관·안전성과 관련한 규제 요건 충족도 제품 상용화의 변수가 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악티늄 등 첨단 동위원소 기반 의약품 개발이 본격화되면, 글로벌 암 치료 시장의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산업계는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와 RPT 핵심 원료 내재화 성과가 실제 시장에 안착할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