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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불참 속 확대 출범”…브릭스 11개국 체제, 다자질서 재편 신호 주목
국제

“정상 불참 속 확대 출범”…브릭스 11개국 체제, 다자질서 재편 신호 주목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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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7월 6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확대한 11개국 체제로 첫선을 보인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막을 올렸다. 이번 행사에는 기존 5개국 체제에서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신회원국이 처음 참여해 비서방 다자협력의 외연을 확장했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불참한 가운데 각국의 공식 대표들이 대신 참석해, 행사 상징성과 실효성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담은 7월 6일부터 이틀간 개최되며, G7에 맞서는 신흥국 연대의 확대를 보여준다. 하지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범죄 관련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 우려로 영상 연설에 그쳤고, 시진핑 주석 역시 집권 후 처음 불참하며 리창 국무원 총리가 대리 참석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러시아 대표로 자리를 대신했다.

브라질서 열린 17차 브릭스 정상회의 주요 참석자들[리우데자네이루 AP=연합뉴스]
브라질서 열린 17차 브릭스 정상회의 주요 참석자들[리우데자네이루 AP=연합뉴스]

브릭스는 이날부터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11개국으로 공식 확대됐다. 브릭스에 따르면 이들 국가의 결합된 명목 GDP는 세계 경제의 약 39%를 차지하며, 희토류·원유 등 전략 자원에서 큰 영향력을 인정받는다. 정상들은 미국의 대이란 군사 타격과 관세 정책을 겨냥, 비판 입장을 공동선언문에 명문화하며 비서방 경제연대의 결속을 강조했다.

 

특히 자국 통화 결제 확대, 이른바 ‘탈달러’ 움직임과 신개발은행(NDB)의 투자 활성화 등 신규 경제협력 방안도 집중 논의됐다. 푸틴 대통령은 “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났다”며 통화 다각화 필요성을 강조했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규제와 저작권 보호 등도 신흥 다자협력 의제로 떠올랐다.

 

다만 주축 정상들의 불참이 회의 무게를 약화시켰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브라질 등 일부 회원국은 “브릭스가 글로벌 거버넌스 변화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각국 지도자의 정치 일정과 국내 부담, 국제 사정이 상징성 약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뉴욕타임스는 “브릭스의 리더십 공백은 단합과 도전 모두를 시사한다”고 평했다.

 

중동 분쟁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민감 현안을 둘러싼 공동선언문은 절제된 표현을 택했다. 이는 신흥국 내부 이해관계 차이와 국제 사회 반응을 의식한 결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확대된 브릭스가 신다극질서 재편의 첫걸음이 될지, 혹은 내분과 분절의 단초에 머물지 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주도권을 둘러싼 G7-브릭스 구도가 지속 갈등 속 새 질서를 모색하는 국면에서, 회원국 수적 확대와 주축 리더십 공백이 동시에 현실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브릭스는 내년 인도 정상회의를 준비하며 실질 협력의 심화와 조직 내 결속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번 확대 정상회의가 향후 국제 관계에 어떤 변화를 예고할지 주목된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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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시진핑#푸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