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선거방송, 차분과 화려함 넘나든 밤”…KBS·MBC·SBS, 개표 생생 경쟁→시청자 몰입도 극대화
제21대 대통령선거의 밤, 세상은 또 한 번 유권자의 손끝에서 숨을 참았다. 각 방송사는 그 긴장과 열망을 안고 각자의 색채와 언어로 개표 방송의 서사를 완성했다. KBS는 고요하게 흐르는 물결처럼 차분함을 무기로 삼았다. 정당의 색만을 배경에 덧입힌 후보 사진, 메인 스튜디오 대형 터치스크린과 LED 벽으로 다양한 데이터를 곁들여 표심의 흐름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패널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와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진지한 해설로 경합의 의미를 짚어주었고, 지역·연령·성별 표심 분석에 집중하며 중앙선관위와 현장 연결을 통한 생생함을 놓치지 않았다. 서울 곳곳에 설치된 특설 스튜디오와 K-큐브, 구형 LED 'K-스피어'는 방송의 무게를 확장하며 유권자의 관심을 붙잡았다.
한편, MBC는 화면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방송사로서는 최대 규모의 LED와 6면 스크린으로 시각적 역동성을 더했고, 지상파 3사 공동 출구조사 결과를 압도적 그래픽으로 전했다. 생성형 AI 기술이 가미된 카운트다운 영상은 일제강점기와 오늘날을 넘나드는 영상미로 각인됐다. 지역별 투표율을 알릴 땐 한국 민주주의 역사를 일러스트로 압축했고, 스피드클라이밍 선수들의 경쟁 장면이 출구조사 결과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었다. 초고화질 일인칭 드론 촬영 영상이 어우러져 보는 이의 시선을 붙잡았다.
SBS는 재치와 창의로 맞섰다. 대표 캐릭터 '투표로'와 함께 지역색을 입힌 독특한 그래픽, 출구조사 때는 후보들을 신나는 음악에 맞춰 스피닝 춤을 추게 하는가 하면,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한 체육복 차림, 전통 놀이를 가미한 위트 있는 장면까지 선보였다.
이렇게 각 방송사는 경쟁적으로 첨단 영상기술과 새로운 연출을 총동원해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표심이 갈라지고, 순간마다 희비가 엇갈리는 대선의 한밤—방송 3사는 각기 다른 비전을 선거라는 공간에 투영했다. 국민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이번 대선 개표 생중계에서, 각 방송사의 창의적 시도와 기술적 진보는 한국 선거방송의 새로운 이정표로 남게 됐다.
방송 3사의 개표방송은 3일 심야 내내 이어지며 시청자들의 손끝과 눈길이 머무는 곳마다 뜨거운 여운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