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흑자 25개월 연속”…관세 여파에 수출 감소세, 불확실성 확대
경상흑자가 25개월 연속 이어지며 우리 경제의 대외 수지가 당분간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자동차·철강 등 주력 수출업종의 부진과 미국의 고율 관세정책이라는 신규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향후 대외경제 여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수출 감소세와 통상환경 변화가 흑자 지속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한국은행은 2025년 7월 4일 발표한 5월 국제수지 잠정치에서 경상흑자가 101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23년 5월 이후 25개월 연속 흑자로, 5월 기준 사상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수출은 569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2.9% 줄었고, 수입 역시 에너지·원자재 가격 하락 영향으로 462억7,000만달러로 7.2% 감소했다. 자동차, 철강, 석유제품 등 주요 업종은 미국의 연이은 관세 인상과 전통 시장의 수요 부진으로 네 달 만에 감소세로 재전환됐다.

상품수지는 에너지 가격 하락이 이어지며 106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원자재 수입이 전년보다 13.7% 줄어 수입 감소가 흑자 유지에 크게 기여했다. 반면 반도체, 의약품 등 고부가가치 IT 품목 수출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8.1%), 일본(-9.0%), 중국(-8.4%) 등 전통 시장에서의 수출 부진은 우리 경제의 만만치 않은 리스크로 꼽힌다.
서비스수지는 여행 및 기타사업서비스 분야 적자가 확대되며 22억8,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5월 황금연휴로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 컸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 수입 집중효과로 21억5,000만달러 흑자로 전환됐다. 금융계정에서는 내국인 해외채권 투자와 외국인 국내채권 투자가 모두 늘면서, 5월 금융계정 순자산이 67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하반기 자동차·철강 등 산업에서 미국발 관세정책이 본격적으로 수출 타격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예상한다. 송재창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수출·수입 감소는 주요 통상환경과 유가하락 등 대외 변수에 따른 측면이 크다”며 “관세 인상이 실제 판매가격에 반영되면서 하반기 영향이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올해 상반기 자동차 수출은 전년 대비 2.1%, 철강은 3.2% 감소했고, 대미 수출만 놓고 보면 자동차가 16.4%, 철강이 4.3% 줄었다.
수출업계는 관세 정책 시행 전 수출 물량을 조기에 출하하거나, 현지 생산 확대 등 여러 대응책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반도체·한정 품목 집중 및 중국·일본 등 주요 수출시장 부진, 서비스수지 적자 등 구조적 한계가 누적될 경우 무역수지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 미·중 무역정책, 글로벌 경기에 따른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신성장 업종의 수출 저변 확대와 함께 해외 불확실성에 대한 선제적 대응책 마련 필요성이 강조된다.
향후 정책방향은 대외 무역구조와 민간소비 개선의 지속 여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와 국내외 경기 흐름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