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극찬한 방북단”…90년대 남북회담, 식탁 위 ‘단고기 외교’ 조명
남북관계의 중요한 분수령마다 식탁 위 외교가 치열하게 펼쳐졌다. 통일부가 2일 공개한 남북회담 문서에 따르면, 1990년대 평양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 측은 남측 대표단을 위해 여러 차례 ‘단고기’(개고기)를 특별식으로 준비하며 남북 양측의 미묘한 식문화 외교가 진행된 정황이 드러났다.
1992년 2월 14일 제6차 남북고위급회담 개최를 위한 제3차 책임연락관 접촉에서 북측은 “저녁식사 때 개장국을 준비할 예정”이라며 남측에 사전 의견을 물었고, 남측은 “원하지 않는 사람을 위한 별도의 식사를 준비해 달라”고 동의했다. 같은 해 9월 열린 제8차 고위급회담 준비 과정에서도 북한은 “남측에서 희망할 경우 단고기로 하겠다”고 밝히는 등, 평양 회담마다 ‘민족의 전통식’임을 내세웠다.

남측 대표단들은 평양 단고기를 적극적으로 환영하기도 했다. 당시 송한호 통일부 차관은 “갔다 온 사람들이 그 단고기를 다 이야기하더라”며, “고위급회담이나 국제의회연맹(IPU) 총회 참석 국회의원들이 한결같이 극구 찬양했다”고 회고했다.
평양냉면도 회담 식탁의 단골메뉴였다. 강영훈 국무총리는 1990년 제2차 고위급회담에서 “평양에 오면 평양냉면 한번 먹고 싶었다”며, 실제로 그 맛이 남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에 연형묵 정무원 총리는 “남측 손님들은 서너 그릇씩 잡수신 분이 많다”고 화답했다. 정원식 국무총리도 옥류관 냉면을 신청했고, 연 총리는 “남측 대표단에겐 관례화된 식사”라고 거들었다.
한편, 북한 대표단은 서울 고위급회담 이후 남측에서 제공된 음식으로 인해 집단성 피부병이 발생했다며 항의했다. 1992년 5월 북측은 “서울에 나갔던 우리측 성원 중 알레르기성 피부염이 적지 않게 발생했다”면서 “청량음료나 음식 속 항원물질 때문”이라고 전통문을 보내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남측은 “그런 사실을 통보받은 적 없다”며 즉각 반박했다.
남북회담 식탁 위 협의와 논란은 그 시기 남북관계의 긴장과 화해, 그리고 상호간 불신과 화합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한반도 정세 변화 속에서 음식 외교의 이면도 재조명되고 있다. 통일부는 공개된 문서의 역사적 의미를 바탕으로 향후 남북 대화의 다양한 협의 방식을 참고할 계획이다.